이중에서 LG생활건강이 베트남 현지에 세운 ‘LGVINA 화장품’은 특별한 성공신화를 일궈낸 주인공으로 시선을 끈다. 사실상 베트남의 한류열풍은 LGVINA 화장품회사가 치밀하게 편 ‘문화 마케팅’ 전략의 소산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엘르지(LG)가 최고”라는 말과 함께 LG하면 ‘드봉 화장품’과 김남주를 연결하는 이미지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데 이런 인식이 주류를 형성하기까지엔 연구가치가 충분한 흥미로운 과정이 있었다.
LG생활건강측은 베트남에서 합작 화장품회사를 설립하며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를 수입, 호치민 TV(HTV) 등 현지 방송사에 무료로 제공해 방영케 한 뒤 드라마 앞 뒤에 광고권을 확보한 것이다. 소위 드라마 스폰서링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인들의 잠재된 한국흠모 정서가 폭발하며 한국열풍이 불며 LG의 이미지도 동반상승하는 예상밖의 큰 효과를 보게된 것. 이 때 베트남에 소개된 ‘의가형제’ ‘내마음을 뺏어봐’ 등의 드라마를 통해 장동건과 김남주 안재욱은 자신들도 모른 채 어느날 베트남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모두가 LG가 구사한 문화마케팅의 개가였음은 두말이 필요없다. LG로서는 베트남에서 한류열풍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한류 자체를 창조한 주역이었던 것이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A.C 닐슨의 조사결과 ‘드봉’은 세계적 브랜드인 랑콤 시세이도 폰즈 등 세계 유명브랜드를 제치고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넘버 1’(최초 상기도 26.5%, 비보조 인지도 76%)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97년 10월 베트남 최대 생활용품 국영기업인 보카리멕스사와 합작, 출범한 LGVINA 화장품은 지난해 3500만달러 규모의 화장품 시장에서 ‘드봉’이라는 브랜드로 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시장점유율 23%)하며 승승장구, 업계에서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나기삼 LGVINA 공장장은 “베트남 여성들은 흰 피부를 선호하는데 한 여름에도 마스크와 팔뚝을 가리는 긴 장갑을 착용하는 게 그 이유다. 클리어 화이트 스킨과 메이크업 베이스 제품류가 절대적 판매량을 차지하는 것에서도 이들의 흰피부 여망은 반증된다. 지난해 800만달러였던 매출액을 올해엔 1300만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이다”라며 “베트남의 화장품시장은 아직 성숙이 안된 만큼 거의 무한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철의 기자
"한국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호치민시 동나이지구 녕짝(Nhon Trach) 공업단지에 자리한 LGVINA 화장품 공장을 찾은 지난 15일 방문단 일행을 영접한 사람은 영어통역을 맡은 뷔양(24)이었다. 자그마한 신장이었지만 똑똑한게 야무진 인상의 리루언천 뷔양은 4년제인 호치민시 사회과학 인문학 대학교 (Social Sciences & Humanities University in Hochiminh city)에서 영어전공을 하고 올 1월 LGVINA 화장품회사에 입사한 새내기. “한국에 대해 많이는 모르지만 베트남 방송에 소개된 드라마 등에서 보면 깨끗한 도시모습과 풍광, 특히 설경이 좋았다”는 뷔양은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에 한국어 학습붐이 불고 있다고 귀띔했다.
뷔양은 “한국인 보스(상사)들이 친절하고 모두를 배려하는 마음씨를 갖고 있어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큰 행운으로 느껴진다”며 “기회가 되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손님 영접, 전화교환수, 영어통역 등 1인 다역을 해내는 뷔씨가 받는 월급은 160만동(약 16만원으로 125달러 정도). 4년제 대학졸업자 평균임금 120만동보다 40만동가량 더 많고 현지 평균임금 보다는 2배가 훨씬 넘는다. “제 월급요? 만족해요. 다만 쓸 데가 아직 없어 봉급은 엄마에게 모두 드리고 있어요.” 부모 남동생등 식구가 4명이라는 뷔양은 인터뷰 목적을 캐묻고는 “신문이 나오면 꼭 보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