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산골짜기에 위치한 시그너스 골프장이 골퍼들은 물론 골프를 치지 않는 일반인에게까지 부쩍 회자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골프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도 용인시 땅을 지난해 8월 매입하기로 계약한 창신섬유의 강금원 회장(53) 소유로 알려지면서다.

노 대통령의 숨은 스폰서로 알려진 강씨는 최근 부산의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년 8월 노 대통령이 직접 도움을 청하며 매수를 권했다”면서 “당시 노 대통령이 ‘생수회사 장수천의 보증을 선 이기명 씨의 땅이 경매로 헐값에 넘어가게 돼 이 땅을 사주면 이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의해 사게 됐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강씨는 이날 지난해 8월 이씨와의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같은해 9월 이씨에게 중도금으로 10억원을 보낸 송금표 등 관련 자료도 공개했다.

45만평 27홀 갖춘 국제규모 자랑
그러나 강씨는 지난해 8월29일 이씨의 용인시 구성읍 청덕리 임야 2만 여 평을 28억5000만원에 사기로 계약을 한 뒤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19억원을 지급한 뒤 나중에 가서 계약을 파기했다. 그는 “노 대통령 당선 뒤 그의 부탁으로 구입한 땅을 갖고 있으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것 같아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시그너스 골프장이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최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강금원 회장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강씨의 유명세와 함께 덩달아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 강씨는 부산 사하구에 종업원 130명 규모의 창신섬유 회장으로 2년여 전인 2001년 12월 시그너스 골프장을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씨가 옛 남강 CC를 인수한 후 2002년 4월 이름을 바꾼 시그너스 골프장은 123ha(45만평)의 면적에 27홀을 갖추고 있으며 홀 길이가 6800m에 이르는 국제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충주 앙성∼원주 문막 사이의 남한강변에 위치한 시그너스는 절경과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주변에 앙성 온천과 신륵사 관광지, 월악산 국립공원, 충주호 등 볼거리가 많다. 1996년 개장한 이 골프장의 지금 이름인 ‘시그너스’는 백조 별자리의 원어로 단순히 골프를 즐기는 골프장의 기능만 아니라 낭만과 추억을 선사하겠다는 강 씨의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2002년 4월 1일 개명과 함께 회원권 50구좌를 한정 모집할 때 회원권 가격이 개인은 2억, 법인 회원권은 4억원에 책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강씨 함께 라운딩”
시그너스 CC측은 “부드럽고 정교한 여성미와 야성미의 남성적 코스가 균형있게 어우러진 골프장”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시그너스 CC측은 정기적으로 야외 가든파티도 열며 현대무용과 클래식 연주회도 선보이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런 이 골프장이 최근 일부 언론에 의해 ‘강씨와 강씨가 후원해 온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 두세 차례 찾아 라운딩을 즐겼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세간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

이에대해 시그너스 CC측은 가타부타 공식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대뜸 “언론들이 너무 무책임하게 사실확인조차 않고 추측성 보도를 해 댄다”며 “막연히 ‘그럴 것이다’는 지레짐작으로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마구 써도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일부 기자들의 경우 ‘강금원 회장과 강금실 법무장관이 동성(同姓)으로 친척관계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며 “강금원 회장은 제비 강(姜)이고 강 장관은 편안할 강(康)인 것 조차 모르는 모양”이라고 극심한 불신을 드러냈다.

“언론이 무책임한 추측보도한다” 불만
한편 강씨는 최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7년전 당시 광안동에 있는 노 대통령 집을 사기 위해 그의 집에 들렀다가 처음 만났고 그 뒤 친하게 지내게 됐다. (대통령) 취임 전엔 자주 만나고 수시로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정가에서는 “강씨가 노 대통령의 숨은 스폰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강씨는 또 기자회견 당시 배포한 문건에서 “부동산 계약 당시 및 중도금지급과 부채상환시 누가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리라 예상했느냐”면서 “모든 것은 인간적으로 아름답게 처리된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상은 2003년 6월 12일자로 오마이 충북에 게재된 기사내용 원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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