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의회 "반대주민 40%원성 주민투표 결정"… 의회역할 망각
청주시의회 "상징성 큰 의장직 후손위한 상생발전 위해 양보한 것"

▲ 지난 12일 행안부 백운현 차관보 일행이 청원군의회를 방문해 청주청원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대한 군의회의 의견을 들었다.
청원군의회 청원청주통합반대특별위원회가 지난달 7일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별위원회는 당초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청원청주통합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보제공을 통해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성했다는 기록이 있다.(청원군의회 제 172회 1차 본회의 2009.9.7. 속기록).

하지만 지난달 17일과 23일 각각 과거 시·군 통합지역인 원주시 소초면과 안동시 도산면을 방문하고 돌아와 채택한 보고서는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실익을 따지기보다 농정소외론과 지역상권 붕괴론 등 반대를 위한 논리 일색이었다. 더구나 청주시의회가 제안한 통합논의기구 동수 구성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부하면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실익을 따져 볼 '대화의 장'까지 닫아 버렸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주민의 대의기구인 의회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처사라는 볼멘소리가 의회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의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일부 군 의원들은 '통합 논의기구 등 대화의 여지는 남겨 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경수 의원의 제안으로 김영권 위원장을 비롯한 11명의 통합반대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이들 군소 의원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이는 14개 읍·면의 주민들을 대표하는 군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CJB청주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60%이상의 군민들이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일방적인 통합반대특위를 구성하고 제대로 된 여론수렴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원군의회 기획행정위원회 맹순자 의원(강내면)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실익을 따져 볼 양의회간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통합반대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부 의원들도 "행정구역 통합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통합논의기구는 필요하다"며 "주민의 대의기구인 의회의 역할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청원군의회 민병기 의원(전 산업건설위원장·내수읍)은 "통합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반대특위를 구성한 만큼 재론의 여지는 없다"며 "다만 의회 간 합의에 이를 경우 행안부가 주민투표라는 여론수렴 없이 통합절차를 밟을 수 있어 반대하는 주민 40%의 원망을 군의회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 의원은 "주민투표에 의한 행정구역 통합절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고 덧붙였다.

즉 민 의원은 지역주민 60%이상이라는 다수가 청원·청주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을 한다 해도 40%의 군민은 반대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무리수를 둬 통합논의기구를 구성하고 합의에 이를 경우 반대하는 주민들의 원성을 살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항간에선 "주민의 대의기구인 의회가 면죄부를 찾기 위해 제 역할을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청주·청원 행정구역 통합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합시의 전반기 의장직을 2대에 걸쳐 8년간, 상임위원장 50%, 예결위원장까지 양보하고 나선 청주시의회는 이 같은 청원군의회의 행보에 대해서 답답함을 숨기지 않았다. 적어도 재선 이상의 시의원들은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직에 한번쯤 도전하는 상황에서 진로가 사전에 차단됐기 때문이다.

의장은 적어도 6인 이상의 서명에 의해 발의하는 시책과 관련된 조례를 본회의에서 단독 발의할 수 있는 자리다. 더욱이 본회의를 주재하며 청주·청원이 통합할 경우 80만 주민의 대의기구인 의회를 대표하는 자리다. 따라서 명예를 먹고사는 정치인이라면 도의회와 국회로 가기 전 한번쯤 거쳐 가고 싶어 하는 자리란 얘기다.

그러나 청주시의회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의장과 상임위원장은 반드시 필요한 자리이지만 모든 것이 본회의 표결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란 얘기다. 청주시의회 김명수 예결위원장은 "정당공천제 때문에 의장직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군의회가 민의를 저버리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의회 간 합의를 통해 행정구역 통합을 이뤘으면 한다. 그 길이 청주·청원이 상생발전을 통해 중부권 최대도시로 성장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통합 진정성·상생발전위해 양보"
박종룡 청주시의회 재선의원 밝혀

▲ 박종룡 청주시의회 의원
재선 의원인 청주시의회 박종룡 의원(산남·분평·수곡1·2동·사진)은 "청주·청원 행정구역 통합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며 "10여년이 넘게 2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60∼70%이상의 주민이 행정구역 통합을 찬성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30억 원 이상의 행정비용을 초래하는 주민투표 없이 의회 간 원만한 합의를 통해 행정구역 통합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바람이 있다면 후손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도농복합형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며 "청원군의 행정기관 25개 중 50% 이상이 청주시에 자리한 현 상황에서 행정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동일생활권인 청주·청원은 통합이 돼야 한다. 관청 건립을 위한 중복 투자는 결국 세금인상으로 이어져 주민들의 세금 부담만 떠안게 된다. 군이 독자시가 된다면 당연히 청사 건립비를 군민들에게 떠안길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2005년 청원군의회가 통합시의회의 의원 동수 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에 위배되어 현실화 되지 못한 만큼 의장직과 예결위원장직 등을 양보하게 됐다"며 "더 나아가 브랜드가치가 높은 청주시 명칭도 과감하게 버리고 청원시로 갈 수도 있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이 아니면 청주·청원의 행정구역 통합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청주·청원이 지난 94년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할 때에 군에서는 '시기상조론'을 제기했다. 당시 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세대별 투표에서 이장단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며 "1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시기상조라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진정성을 갖고 많은 것을 양보한 만큼 청원군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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