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 편지 80여통과 함께 ‘이별여행’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북벽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실종된 직지원정대 민준영 등반 대장의 동갑내기 부인 정미영(36)씨가 16일 남편이 남긴 발자취를 되짚어 보기 위해 히말라야로 출국했다.

충북산악연맹 관계자에 따른면 “정씨는 이날 오전 8시50분 네팔 카트만두 행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했다”고 전했다. 정씨의 산행을 위해 평소 민 대장과 절친했던 충북산악연맹 사무간사 김학분씨와 K2첼린저 팀 김형일 대장이 동행했다.

▲ 생전에 다정했던 민준영(왼쪽)·정미영씨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정씨는 한 달 전 남편이 탔던 차를 타고, 남편이 걸었던 길을 따라 22일 쯤 남편이 있는 히운출리 북서벽 앞에 다다를 예정이다.

이어 직지원정대가 베이스캠프를 꾸렸던 4200m 지점에 도착해 산악인들이 민 대장에게 쓴 편지 80여 통을 캡슐에 담아 히운출리 북벽이 보이는 곳에 묻고 26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정씨는 10여년전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민 대장을 만나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전문산악인의 길을 걸어왔다.

한편 히운출리 북벽 신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등반에 나섰던 민 대장과 박종성 대원(41)은 이틀 뒤 오전에 해발 5400m 지점에서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연락 두절 됐다.

직지원정대는 10여 일간 네 차례에 걸친 헬기수색 등을 진행했지만 끝내 사망으로 결론내고 지난 11일 충북산악연맹장으로 두 대원의 영결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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