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기능 보완은 제2의 수도권 과밀 유도 ‘기본도 모르는 소리’
수도권 행정 분리 취지, 주변 도시와 네트워크로 도시기능 유지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행정도시에 자족기능을 담자’는 주장은 세종시 축소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 축소론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일부 정부부처를 이전할 경우 행정의 비효율 문제가 나타나며 도시 또한 행정과 주거기능 뿐이어서 자족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세종시에 자족기능을 담자는 주장은 추진이 지지부진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7년 7월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기공식 장면.
다시말해 정부부처 이전 계획을 백지화해 상실하게 될 ‘행정’ 대신 자족기능을 가미해 도시성격 자체를 바꾸자는 논리다.

더욱이 이들이 주장하는 자족기능은 교육과 과학, 비즈니스로 특별법 국회통과 지연으로 미로에 빠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로 세종시를 지목함으로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제2의 블랙홀 피하려 중소규모 행정도시

세종시 축소론자들은 이전하는 공무원수가 1만2000명이고 KTX로 서울에서 60분 거리에 불과한데다 고위 공무원들은 국회와 청와대보고 등을 위해서 연일 서울로 올라다니며 거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도시는 기형화되고 공동화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50만명의 도시에 부모들이 선호하는 명문 학교가 존재할 수 없고 삶의 질을 향유하는 쇼핑, 복합문화, 의료·배후 휴양시설 등도 갖춰질 수 없어 결국 유령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도 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됐거나 세종시 축소를 위한 억지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세종시가 인구 50만명의 중소도시로 계획된 것은 서울과 같이 제2의 거대한 블랙홀이 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다.
교육과 상업, 문화, 의료 등의 기능은 세종시와 20~30분 거리 내에 있는 대전과 청주, 천안 등 주변도시와 네트워크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두영 위원장은 “행정도시에 자족기능 까지 부여할 경우 수도권과 같은 과밀화 현상이 되풀이 될 뿐이다. 따라서 세종시는 행정기능을 수행하고 나머지 도시기능은 주변 도시와 네트워킹하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미국의 행정수도 워싱턴D.C가 주변 도시와 연계해 과밀화 되지 않는 것이 좋은 선례”라고 설명했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주변도시와 연계되는 광역 생활권이 형성되며 공동화나 유령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는 행정도시 건설의 기본 취지를 모르는 몰상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별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기초 과학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사업 1단계 예산 925억원이 내년 예산심의에 전액 반영되지 않는 등 사업 표류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내년 예산 925억원에는 국내외 대학·연구소에 ‘사이트랩’을 운영하기 위한 500억원 외에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준비를 위한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연구원 설계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사업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준공 시기부터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세종시 축소론자들이 제기하는 자족기능이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세종시에 정부부처 이전을 백지화 하는 대신 교육이나 과학, 상업 등의 기능을 담는다면 정부 입장에선 행정도시에 대한 수도권의 강력한 반발도 잠재울 수 있고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대선공약도 해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는 행정기능이 빠진 껍데기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첨단의료복합단지와 함께 충청권 발전에 한몫 할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것이다.

국회 노영민 의원(민주·청주흥덕을)은 “이미 노골화된 정권의 세종시 백지화 음모에 충청권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세종시는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도시가 원칙이며 그 원칙을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시작한 세종시 백지화 음모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충청권의 민심이 어떻게 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역대 정권도 정부부처 이전 적극 추진
30년전 박정희 정권 ‘백지계획’ 통해 수도이전 계획
전두환 ‘과천 청사·계룡대’, 노태우 ‘대전 청사’ 건립

행정수도 이전은 충청권 공략을 위한 선거전략으로 탄생했다는 주장처럼 세종시가 하루아침에 기획된 정치적 산물일까.
과거 정권들이 추진한 수도권 과밀화 해소 정책을 보면 오히려 세종시 축소론자들의 주장에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1979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마련된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이 계획에 따르면 신행정수도 최종 후보지를 천원(현재 천안), 논산, 대평지구로 하고 인구 50만~100만 규모의 행정수도를 상정하고 있다. 이미 3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가 계획됐던 것이다.

특히 백지계획은 행정수도는 행정기능만을 위주로 하는 단일기능도시로 설정하고 도시 서비스 대부분은 대전시로 부터 공급받도록 해 전통적인 수도지향적 확대성장을 사전에 예방토록 자족기능을 주변 도시에 분산했다. 하지만 이 백지계획은 박 전대통령의 시해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수도권 과밀화방지를 위해 과천에 정부 제2청사와 이듬해 계룡대 공사를 시작했 건립을 시작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도 90년초 대전에 정부 제3청사를 계획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1997년 9개청이 입주했다.

홍재형 의원은 “정부부처 지방 이전 등 수도권 과밀 해소 정책은 이미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부터 추진됐으며 참여정부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결실을 맺은 것” 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전 정권이 시작한 일에 딴죽을 걸지 말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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