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 성공적 개최
사업 유치 청신호

 벽안의 외국인들이 북적이고, 거리마다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태권도복을 입은 소년, 소녀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진천의 젖줄인 백곡천 둔치는 불야성을 이룬 야시장의 열기로 깊어가는 가을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년에 한 두 번 올까 말까한 유명가수들의 공연도 하루건너 열리고 늦은 밤까지 진천군청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바로 세계태권도 화랑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진천의 풍경이다.

‘화랑의 힘찬 기상. 진천에서 세계로’란 슬로건 아래 열리는 전 세계 태권도인의 한마당 큰 잔치인 세계 태권도 화랑문화축제.

진천 태령산에 있는 김유신 장군의 태실에서 성화채화를 시작으로 개막된 이번 축제는 다음달 1일 화랑연수 수료 및 수료를 끝으로 9일간의 대정정의 막을 내린다.

열악한 재정, 행정당국과 지역 태권도인 사이의 불협화음, 그리고 의전 소홀, 야시장 대상업소 선정 갈등 등 여러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태권도 문화축제. 그러나 성급한 판단은 시기상조다. 그 이유는 진천군이 전행정력을 동원하여 이번 축제를 기획, 추진한데는 진천군민의 희망이기도 한 태권도 공원유치라는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태권도 공원과 화랑문화축제
그렇다면 한참 시끄럽다가 쑥 들어간 태권도 공원 사업은 어디까지 왔는가. 4년 전인 지난 99년 당시 김대중 정부의 핵심실세였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2000억원을 투입해 태권도 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한다. 이후 전국 24개 자치단체가 발 벗고 나서 자기 지역에 공원을 유치하기 위한 숨 막히는 경쟁을 벌였다.

16대 총선 당시도 전국 곳곳에서 태권도 공원 유치 문제가 선거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충북 도내에서도 보은군과 진천군이 유치전에 나선다.

당시 충북도를 중심으로 뜻있는 인사들이 나서 단일화 노력을 기울였으나 양 자치단체의 의지가 강해 수포로 돌아갔다.

보은군은 산외면 신정리 150만평을 태권도공원 후보지로 추천했으며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김운용 IOC위원이 민주당 이용희 최고위원의 초청으로 보은을 방문하는 등 태권도 공원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진천군도 화랑도의 상징인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라는 점을 앞세워 자민련 정우택의원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민주당 김진선 후보는 선거 몇 일전 기자회견을 열어 핵심 고위층의 진천 유치 내락을 받았다고 발표까지 했다. 이처럼 뜨거운 감자가 된 태권도 공원 문제는 과열경쟁 후유증을 의식한 정부의 선정유보 발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25일. 이날 문광부는 국민체육진흥 5개년 계획으로 세계 태권도 공원 조성을 위해 내년에 추진위원회를 설립, 2004년∼2005년까지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시 공원 유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 진천군이 태권도 화랑문화축제를 개최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봐야 한다. 김경회 진천군수도 그 속내를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화랑정신이 우리의 민족정신으로 그 시원지가 진천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태권도 화랑문화축제를 개최했다”며 “이번 태권도 축제로 내년 태권도 성지 결정에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축제는 태권도 공원 유치라는 큰 틀에서 준비된 것이기에 평가 역시 그 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김운용 IOC 위원을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세계 태권도인들이 찾았던 이번 축제가 내년 태권도 공원 선정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휴가도 반납하고 밤샘 근무를 마다않은 공무원들이나 참가자 뒷바라지에 구슬땀을 흘린 자원봉사자, 사회 여성단체, 지역들의 모두 바람은 하나다.

화랑의 고장인 진천에 태권도 성지의 횃불이 켜지는 것. 과연 그 꿈은 이루어질까. 이번 세계 태권도 화랑문화축제는 공원 유치로 가는 첫 번째 시험무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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