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그것이 잘 이루어지도록 경험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때론, 의식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는 일도 한다.

그런데 최근 2년 정도를 돌이켜 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다. 나와 인연이 맺어진 노동조합, 그리고 사람들. 처음 목적한 바를 이룬 곳이 거의 없다. 거의 대다수가 그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노동조합이 해산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내 노동운동의 '운전면허'조차 의심하게 된다.

자동차 정비일을 20년 가까이했다는 분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탄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공이 깊어지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커지는 그 앞에서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나.

노동운동과 그 언저리에서 어언 15년 정도를 함께 했는데, 만날 그 자리다. 소주한잔에 2년 동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조합원 6명으로 노조를 결성했다가, 과거에 회사 물품을 몰래 내다 팔았던 위원장의 전력 때문에 노조해산과 위원장의 사법처리를 맞바꾼 사업장. 그런데도, 결국 위원장은 구속되고 나머지 5명은 회사를 떠났다.

전체직원 60명에 30명으로 노조를 결성했던 모 환경폐기물 사업장. 조폭까지 동원된 회사의 압박에 조합원 수는 11명만 남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약간의 위로금에 모두가 회사를 떠났다.

조합원 10명 내외의 사회복지시설 3곳. 모두가 1년 단위 계약직이었던 이곳에서는 해고도 아니고, 계약해지, 혹은 계약만료라는 구실에 사업장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그렇게 노동조합은 없어졌다.

충주에 있던 모 사회복지시설. 시설폐쇄라는 사업주의 고귀한 '고유권한'이라는 철옹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노조는 해산되었다.

어디 이뿐이랴! 다 옮겨 적지 못한 곳이 대여섯 군데 더 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억지로라도 변명거리를 찾아야 했다. 이 사업장을 자세히 보니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규모가 영세하다는 것이다. 거의 대다수가 50인 이하 사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디 규모만 작으랴! 다들 최저임금에 기반을 둔 취약한 노동자들이고,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더 힘들다. 조직되기도 어렵고, 사업주는 지급능력이 적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고 법의 보호도 외면된다.

애써,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 더 깨지고, 더 힘들어져도 이런,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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