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주민들 실질적인 이주대책 희망
충북도 “성의있게 지원책 마련하겠다”

충북도는 27일 열린 오송생명과학단지 기공식이 성대하고도 무사하게 치러지자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이 턱없이 낮은 보상가에 반발, 기공식 현장에서 항의집회 등 집단 반발에 나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다만 이날 기공식에서는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오송 주민 중 연로한 노인 20여명이 행사현장에 초청 받아 참석한 것. 하지만 이 노인들은 처음부터 손님으로 정식 초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노인들이 “텔레비전에서만 본 대통령이 우리 동네를 찾았다니 직접 보고싶다”고 했고, 이에 대통령 경호실에서 전격 수용해 이들의 기공식 참관이 이뤄진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측이 보여준 융통성있는 대응은 사실 토지보상가를 놓고 불만이 팽배한 현지주민들의 상처받은 정서를 보듬으려는 고려가 많이 작용한 듯 했다.

그리고 충북도 역시 기공식을 앞두고 오송주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잦은 만남을 통해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주대책’과 보상비 책정에 대해 “성의 있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민들의 불만심리를 위무하려 무진 애를 썼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토지공사는 “9월말 현재 전체 토지 소유자 1219명 중 808명이 보상금을 받았으며 토지 보상실적은 129만 9000평 중 98만 8000평에 대한 보상이 완료돼 보상률이 76%에 머물고 있다”고 토지 보상작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애써 강조했다.

“공사기간 뭐하며 살 것인지 막막”
그러나 기공식 이후 찾아간 오송의 현지 분위기는 이들 기관의 말과는 다소 달랐다. 정부와 충북도, 토지공사는 물론 각 언론마다 ‘바이오토피아(생명과학이 가져다 줄 낙원같은 세상)’를 소리높여 구가(謳歌)할 수록 오송 주민들은 깊은 피해의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송주민대책위 김달용 총무(43)는 “토지공사에서는 보상비를 법원에 공탁해 놓은 것으로써 보상업무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어쨌든 토지공사로선 돈(보상비)이 자신들의 손에서 떠난 상태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도 모른다. 토지공사가 공탁한 보상비는 해당 주민들이 수령을 하든 그렇지 않든 ‘보상비 지급 완료’로 통계상 집계됐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대다수 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보상비에 여전히 큰 불만을 삭이지 못한채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140명 정도의 주민이 중토위의 1차 보상비 재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며 2차 재결 결과에 대해서도 대상주민 98명이 불복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이의신청 주민들이 나뉘어져 있는 것은 토지공사에서 재결신청을 모두 4차례에 나눠 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주민들이 재결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당초 책정된 가격보다 재결 보상가가 33% 가량이나 높아졌다는 관계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도로는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빚갚고 나면 보상비 몇푼 안돼
주민들은 “가구당 평균 4000만원 안팎의 영농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1억원의 보상비를 받는다고 해도 부채를 갚고 나면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 돈으로 어디에 가서 농사짓고 가축 치며 살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주변 땅값 다락같이 오른 상태에서 쥐꼬리만한 보상비로 같은 면적의 땅을 사 농사를 계속 짓고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재결 이의신청 건을 맡고 있는 박충규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농협 등 금융기관에서는 토지공사가 법원에 공탁금을 걸자마자 채권확보 차원에서 가압류조치를 해 놓은 상태”라고 주민들이 처한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보상비도 문제지만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이주대책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공사의 대책이라는 것은 사후대책입니다. 당장 3년여간의 공사기간 동안 어디에서 살 것인가 막막한 실정입니다. 설령 전세로 들어가 생활을 한다고 해도 수익기반이 당장 없지 않습니까. 그동안 우리는 뭐 하면서 먹고 살라는 겁니까.”

“국가사업 이해 하지만 우리는…”
주민들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사업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내야 할 과제라는 것을 우리들이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번 기공식때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도 이해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대책위 김달용 총무는 “기공식 전에 도지사께서 최대한 이주대책을 지원하겠다고 말씀을 했는데 이젠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충북도는 그동안 주민반발로 늦어진 기공식 행사를 차질없게 치르기 위해 사전에 선물 보따리를 전했지만 주민들은 아직 선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으며, 따라서 선물 꾸러미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것인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김달용 총무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오송단지, 그것도 생명과학단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도 함께 살 수 있도록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다수의 이익과 의사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편입지역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개발방식이 계속 되는 것은 너무나도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에대해 충북도는 “내년 예산에 주민 이주대책 지원비를 반영할 생각”이라며 “충북도 뿐 아니라 청원군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북도 한범덕 기획실장은 “공사기간 동안 현지 주민들이 공사와 관련한 각종 일용직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직을 적극적으로 알선하는 것을 비롯, 주민 이주단지에 대한 도로, 상·하수도 건설 등 모든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송단지 편입지역내 건물 등에 대한 보상은 소유자 428명 중 203명만이 동의해 현재 보상률이 47%에 그치고 있으며 보상금도 334억원 중 61%인 204억 원만이 지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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