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무산되면 내년 총선 보복표심 불보듯

요즘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역시 신행정수도 건설문제다. 올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무산될 경우 그 파장은 곧바로 내년 총선으로 이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최근 신행정수도의 기상이 마냥 쾌청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특별법 제정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현재의 국회구조상 본회의 상정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마저 나온다. 충청권에선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가 행정수도건설문제라는 데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한 접근에서 각 당의 속내가 상반되는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및 특별법 제정과 관련, 현재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정당은 열린 우리당과 자민련이다. 우리당은 여당으로서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공약을 중시할 수 밖에 없고, 자민련은 어차피 충청권에서 내년 총선의 승부수를 던져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원론적 차원의 협조만 얘기할 뿐이지 당론 결정엔 유보적 입장이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표이탈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각 당의 이런 반응은 지난 10월 7일과 29일  충청권 대표들이 국회 및 각 정당을 방문해 특별법 통과를 부탁하는 자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경식의원의 행정수도 집착
한나라당 신경식의원(청원)은 16일 당운영위원회에서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으면 탈당은 물론 의원직사퇴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신의원의 이날 발언은 신행정수도건설과 충청권 국회의원들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신의원의 협박(?)에 대해 도지부장 입장에서 중앙당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액션’쯤으로 인식하면서도 현재의 절박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특별법 제정이 좌절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미 유권자들의 보복표심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행자부장관을 중도하차시키고 감사원장 임명을 무산시킨 한나라당의 다수의석 위력이 신행정수도 특별법제정과 관련해선 오히려 부메랑이 되고 있다. 만약 법제정이 무산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뒤집어 써야 할 판이다.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정당의 국회의원들도 일부는 물론 반대표를 던지겠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안 정하고는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차이로 다가 온다. 노무현대통령 재신임 여론조사에서 충청권의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것이 좌절될 경우 그 파장은 곧바로 보복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선거를 아예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소수정당이 캐스팅보트”
실제로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특별법제정 무산이 한나라당과 직접 연관되는 사회적 분위기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수는 273명으로 이중 한나라당 의원은 149명이다. 한나라당 의원이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훨씬 넘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현안 처리에 절대적인 힘을 과시했듯이 특별조치법 제정 역시 지금으로선 한나라당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해석은 다르다. 먼저 한나라당 부대인 송태영씨(42· 청주 흥덕 을구 출마예정)의 말을 들어 보자.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당연히 특별법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나 개인적으로도 통과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사업에 이의를 달 국회의원은 없다. 만에 하나 무산되더라도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지우려는 분위기는 잘못됐다. 어차피 국회의원들의 투표는 기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개인별 찬반 여부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찬성하고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이런 첨예한 사안에선 오히려 소수당의 캐스팅보트가 더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넘은 다수당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전국에 퍼져 있다. 왜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외면한채 한나라당을 신행정수도의 비토세력으로만 인식하려는지 답답하다. 우리 당이 법통과를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워낙 첨예한 문제라 충분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고, 또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꼭 행정수도 건설을 강행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가질 수 있다. 자꾸 한나라당과 수도권의 표심을 연관시켜 이 문제를 거론하는데 엄밀히 말해 수도권에서도 충청권 출신 유권자가 각종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 특별법이 무산되면 한나라당 역시 수도권에서 큰 위기를 맞는다. 단언하건대 한나라당도 반드시 과반수 이상 찬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찬성률이 과반수를 넘지 않으면 법은 통과되지 않는다. 이래도 한나라당을 욕하겠나.”

“어제는 다수당 횡포, 이제 와 오리발”
하지만 열린우리당 충북창당준비위 이장섭대변인의 말은 단호하다. “이 문제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재 여당인 우리당이 소수정당인 마당에 굳이 대통령의 공약에 발목을 걸어 힘을 뺄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당은 당론 뿐만 아니라 투표까지 절대 찬성이다. 만약 특별법 국회통과가 좌절된다면 그 원인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있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냉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했다. 대선 기간 내내 딴지를 걸다가 총선이 가까워 오니까 어쩔 수 없이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충청권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나 출마예상자들이 특별법 통과를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기들 마음대로 장관까지 몰아내며 횡포를 부리다가 이제 와선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놓아봤자 유권자들이 믿을리 없다. 법 제정이 무산되면 무조건 한나라당 책임이다. 과반이 훨씬 넘는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졌고, 또 처음부터 행정수도를 반대했는데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정말로 특별법 통과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당론으로 정해야 설득력을 얻는다.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도권 등에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함이다. 신경식의원이 탈당까지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하는데 만약 당론결정이 안 된다면 탈당하거나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한 4~5개월 정도만 있으면 총선인데 두려울 것이 뭐 있나. 아마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몇 석을 잃더라도 개의치 않는 그런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어차피 신행정수도 건설과 특별법 제정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더 구체적으로 각인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언론사 및 관련 기관단체의 홈페이지에도 이와 관계된 네티즌들의 요구와 여론이 집단화 조짐을 보임으로써 정치권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어쨌든 특별법 처리를 향한 국회일정이 다가오자 한나라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충북에서 총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지금의 분위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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