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희 (사)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우리의 부모님들은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세대이다. 그 어렵던 시절 허리끈을 동여매고 농사지은 이야기며, 쌀이 부족해 죽으로 때워야 했던 이야기를 종종하셨다.

그 때마다 뭐라고 대꾸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는 부모님들의 고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되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시절에 비해 우리는 너무도 호강하고 있으니 더 절약하고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늘어놓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지난 날 가난했었다는 이야기는 그 때가 더욱 행복했다는 이야기로 변해 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 때는 모두가 가난했고, 누구든 노력에 의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당시 우리 부모님 세대는 돈을 벌려고 도시로 가 공장에서 막노동판에서 땀을 흘렸고, 남의 나라 전쟁터에 목숨을 던지고, 탄광의 광부로, 바닥 일을 하는 간호부로, 열사의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가 외화를 벌어 들였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며, 잘나가는 나라라고 자부심도 높다. 아니 그러다 못해 교만이 넘친다.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면 분명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셈일 텐데도 아직도 선진국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 효율성과 대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노동유연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몰아 부친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선진국 타령을 한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 요건을 갖췄는데도 우리 스스로가 선진국다운 마음 자세와 행동을 못 갖추고 콤플렉스에 빠져 있거나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조작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선진국 문턱까지 온 우리들 삶이 아직도 고단하기는 여전한 것 같다.

선진국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나라 해외 입양아들을 잘 길러준 그런 나라, 그런 분들이야말로 선진국의 소양을 갖춘 세계시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부색도 다르고 못생기고 가난한 나라 아이를 길러 그렇게 훌륭하게 키워 준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그리고 유럽을 보면 백인들의 나라가 아니라 흑, 백, 황 모든 인종들이 열심히 살고 예술, 문화, 스포츠에서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멸시하지 않는다. 모두가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잘도 어울려 산다. 바로 그것이 선진국이 아닐까 싶다.

20년 이내로 우리나라도 외국인, 타 민족이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때까지도 서양의 선진국만 바라다보며 콤플렉스를 가진다면 대한민국의 품격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우리 주변국에서 들어와 한국경제의 일원이 되고 우리 가정의 일원이 되고 있는 이들을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아야 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이들을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토대를 만들어 주고, 문화의 다양화를 이뤄 다이내믹한 발전을 촉진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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