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

지난 3일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내각을 지명하고 현재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청문회에는 위장전입과 병역문제, 논문표절과 탈세 등이 단골셋트 메뉴로 등장해 우려스럽다.

이 중 여성부 장관으로 임명된 백희영 내정자도 제자의 학위논문을 자신이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국영양학회지’ 에 공동저자로 게재했으며, 그 결과를 연구업적으로 등재한 부도덕성이 드러났다.

백희영 내정자는 영양학 전문가로 교수, 해당관련분야의 활동경력과 전공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여성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차별 해소나 성평등 분야의 연구 및 활동경험은 전무하여 여성정책과 여성부의 역할에 대한 비전과 정책관리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평가로 분분하다.

백 내정자의 여성계 반대의견에 대해 청와대는 “한식의 세계화와 가정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해 왔고, 식생활 분야 전문가로 가정과 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적임자라”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무지와 몰성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정운찬 총리후보자도 서울대 총장시절 동료교수가 조교를 성희롱한 ‘우조교 성희롱 사건’의 가해교수를 공식적으로 두둔한 적이 있는 반여성적인 인물임이 드러났다.

지난 정부는 그동안 여성운동과 더불어 여성부 신설,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성인지 예산 도입, 성할당제 도입 등 성주류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성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인권 3법의 제정과 모성보호, 육아휴직 확대, 호주제 폐지 등 여성인권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상당부분 마련해 놓았다.

이런 바탕위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미 마련된 제도들을 보완하고 실효성있게 추진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을 기대했다. 여성부 장관은 여성문제에 대한 소신과 전문성, 여성계와 민간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내야하는 사람이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균형잡힌 시각을 각 부처가 정부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시절 “다른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여성가족부로 모아주겠다, 양성평등에 대한 전담부서의 기능강화가 필요하다”고 여성계와 약속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초기부터 여성부 폐지를 거론하면서 성평등 정책을 낡은 것으로 치부했다.

여성계의 반발로 여성부는 존치되었지만, 여성계와 한 약속은 철저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2007년 1조 1,994억이던 여성부 예산이 2008년 539억원으로 1년 만에 95.5%가 줄어들었고, 직원 수도 187명에서 100명으로 줄여 초미니 부서로서 실질적인 여성정책을 전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현 정권에 남아있는 여성정책이라고는 기본업무인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사업’ 과 경제 살리기로 시작한 구호뿐인 ‘여성일자리 창출사업’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시장에 내맡겨진 보육정책, 여성인권 의식의 부재, 민관협력 축소 등 일방적 거버넌스의 폐기 등 이 정부의 몰성적 태도는 심히 우려스럽다.

백 내정자는 여성부가 생긴 이래 가장 성차별적인 장관 인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인 사실도 백 내정자의 발탁을 의심하게 한다.

부디 이제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성부장관으로 인물을 바꾸어 대통령이 약속했던 여성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젠더문제와 가족문제를 결합한 종합적인 가족정책을 수립함은 물론 그동안 여성계와 정부가 함께 이룩한 젠드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국민통합’과 ‘선진정치’ 실현에 여성의 역할과 성평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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