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교수 ‘자본론’ 강의 25일 청주서 열려
서울선 열풍…경찰, 책 판매 동향 조사하기도

▲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강의가 20년만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청주에서도 25일 오후 7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특강이 개최된다.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이후 사회정치적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던 마르크시즘이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과거 냉전시대처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투쟁과 타도의 이념으로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글로벌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너머에 있는 가치를 찾기 위해 마르크스가 귀환한 것이다.

이런 사회현상 때문에 1989년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강의해 화제를 모았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20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 교수는 소속 대학은 물론 전국 각지의 대학과 인문강좌 등을 소화하느라 주말과 휴일도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는 하루 2시간씩 15회 분량의 강의내용이 사이버강좌로 개설돼 인터넷 수강까지 붐비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론’의 권위자의 김수행 교수는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김수행 교수의 청주 특강은 25일 오후 7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자본론으로 보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민주노동당 청주시위원회(위원장 정남득)가 준비한 이날 강의는 사이버강좌에서 30시간 동안 진행하는 강의내용을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해 전달하는 자리다.  

인문강좌에 500명 모일까
이상덕 민노당 청주시위원회 사무국장은 “미국발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 정책의 끝이 보임에도 여전히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외치며 민중의 일방적 희생을 바탕으로 철저한 양극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자본주의를 가장 정확히 분석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인식의 틀로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강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은 7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아무리 수도권에서 자본론 열풍이 불고 있더라도 인문강좌가 대중적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민노당은 당원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학자, 학생, 시민 등 500여명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이상덕 사무국장은 “자본론은 사회주의 건설 이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다. 용산 참사, 쌍용 사태 등을 겪으면서 한국과 세계경제의 모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관심 때문에 객석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행 교수의 전성기에 힘입어 저서인 ‘자본론’과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도 당당히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서울대출판부)’은 한 달에 10권 내외 팔리는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매달 200권씩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원생들의 교재로나 쓰이던 게 일반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인터넷 A서점 등을 대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국이 어수선한데 좌파 서적 판매량이 늘어났는지, 특히 자본론 시리즈 등의 판매 추이가 어떤 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사실이 지난 6월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