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리의 터줏대감 서양화가 이홍원씨 고은리의 조각가 이돈희씨
빨간지붕 사나이 서양화가 조송주씨

지난 22일 유난히 황사바람이 극성스러운날, ‘작가의 작업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단순명료한 기대감으로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 나섰다. 마동에서 7년동안 터를 잡고 있는 서양화가 이홍원(48)씨, 태어난 생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돈희(50)씨, 그리고 올해 작업실을 새로 마련한 조송주(34)씨.
이 날 작업실에 분 봄바람은 매서웠지만, 그들이 꽃피워내는 작업들은 화창했다.

마동리의 꽃 마동창작마을

“누구여, 누가찾아왔나보네, 나는 그만 가봐야 쓰겄당”한 눈에 봐도 농사일에 잔뼈가 굵은 아저씨는 “취재하러왔나부죠”라며 자리를 뜨려한다. “어딜가, 더 있다가” 극구 말리는 이는 서양화가 이홍원씨. 7년전 마동에 들어온 이씨는 이제 동네 애경사며 농사일까지 거드는 ‘동네어른’이 다됐다.
이씨가 처음 마동에 들어온 것은 95년, 동료작가 6명과 페교가 되어 버려진 ‘마동분교’를 작업실로 꾸미면서 부터이다. 마동분교는 문의면에서 회남으로 20여분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다.
‘마동창작마을’ 푯말을 뒤로하고 반기는 것은 전시된 크고작은 조각물들. 꼭 ‘이곳은 작가들이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교실벽들의 한끝을 빨간색으로 페인팅하고, 경운기엔 노란 페인트를 칠해놓고, 벽면마다 작품이 있다. 속속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쓸데없는 것만 꾸며놓으신다”고 불평하는 이는 조각가 송일상씨. 벌써 2년째 마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유재홍(도예가), 조대현(조각가)씨가 상주해있으며, 고승규씨의 작업실이 남아있다. 6개의 교실을 각각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교실한켠을 빌어 갤러리도 만들어 놓았다.
한때는 35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다는데 지금 마동을 지키는 이는 에술가 4인이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마동에서 유일하게 즐길수 있는 놀이는 한물간 ‘컴퓨터 카드게임’. 이씨는 연신 게임을 하며 이길때마다 승리의 브이(V)자를 그려주었다.
시골임을 감안하여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불편하다는 것은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불편하면 어디든지 불편한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텃밭에서 채소도 가꾸고 봄에 냉이, 취나물이며 뒷산에 올라 봄나물을 캐서 깨끗히 씻어 냉동실에 넣어둔다는 이씨는 아침밤을 손수 짓고 같이 작업하는 작가들도 챙겨준다. 잔소리도 제법 많은 이씨는 설거지는 이렇게 해야한다, 먹은 뒤에는 바로 씻어야지…줄줄이 늘어놓는 말이 정겹다.
가장 힘든점에 대해선 “도시에 비해 시골인지라 경제적인 면이 가장 어렵다, 도시에 있어야 돈도 순환되는 것인데, 경제적인 면 때문에 여기에 왔다 간 이들이 많다”라고 이씨는 말했다.
작년에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1년동안 분교에 대한 개보수 공사도 마쳤고, 방학을 이용하여 어린이 창작교실들을 열기도 했다. 마동리의 작가 이홍원씨는 올 하반기에 전시계획도 갖고 있다.
문의 지역에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있다. 소전 1구에는 이종국(한국화)씨, 소전분교 김재관(서양화)씨,문의 도원1구 손차룡(한국화)씨, 미천리 이유중(서양화)씨, 두모리에는 김지현씨의 작업실이 있다.

예술가가 숨어있는 곳 고은리
문의삼거리에서 속리산으로 가는 길 500m쯤에 있는 고은리는 ‘예술가가 숨어있는 곳’이다.
사실 ‘고은’이란 지명은 ‘선비가 숨어서 지낸다는 뜻. 옛날옛적 벼슬길에 오른 형과 아우가 있었는데, 어머니의 병간호로 인해 아우가 서울 정승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하여 ‘고은’이라는 지명이 붙여졌다고 있다.
고은리에 숨어있는(?) 예술가는 조각가 이돈희씨. 이씨는 5년전에 이곳 자신의 생가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1862년 조선철종 12년에 지은 생가는 ‘청원 이항희 가족’으로 중요민속자료 133호로 지정되어 있다. 작년에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지금은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올 4월쯤에는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이씨의 작업실에는 그가 조각가임을 증명하듯 각종 연장과 산소통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옛날에는 광이었다는 이곳은 이씨의 5번째 개인전 준비로 바쁘다. 이씨는 “반추상에서 추상으로 작업의 전환을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줄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그림을 그렸던 것, 그곳은 추억도 작품이 될것만 같다.

서양화가 조송주씨 초정의 빨간지붕집
젊은 작가들이 가장 고민스런 것들 중 하나는 작업실이다. 아무데서나 작업하는 것이 아닌데 ‘작업실구하기’는 녹록치 않다.
“한때 미평에 하늘밥도둑, 동키호테 조형연구실들은 공동작업공간으로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지금 하나둘 씩 흩어지고 또한 점점 외지로 작업실을 찾아 나가는 추세이다.”
서양화가 조송주씨(34)는 올 1월 초정리 부근 호명리에 일명 ‘빨간벽돌집’을 마련했다. “잘아는 형님 별장인데 원 5만원씩 내고 임대했다”고 말하는 조씨는 사진일을 하고 있는 박용희씨와 함께 작업실을 쓰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에 작품들을 보관하고 방한칸을 작업실로 쓰고 있다. 조씨는 오는 7월쯤 조흥문화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작업이 한창이다. 미완성의 드로잉 작업을 완성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조씨는 “개인전을 통해 이러한 시도가 검증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젊은 작가들이 모여 공간을 나눠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지 않지만 현실적 벽이 너무 크다”며 젊은작가와 작업실의 어려운 숙제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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