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아닌 정정당당한 방법만이 갈등해소 지름길
월드텔레콤 노사갈등 사태가 노조활동 방해 의혹과 노조간부에 대한 납치감금 시비까지 불러 오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노사양측의 인내력 한계를 시험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역본부는 지난 16일 긴급취재 협조요청 제하의 보도문을 통해 "월드텔레콤과 이 회사의 K 이사가 노동조합의 J 사무장을 납치 감금했다"고 주장, 충격파를 던졌다. 민주노총은 "월드텔레콤 회사측은 2월8일 밤 12시쯤 근무중인 노조 사무장 J씨(24·여)를 K이사집으로 강제로 데려가 노동조합에서 탈퇴한다는 각서를 받고 감금했다"며 "납치됐던 J씨는 뒤늦게 납치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2순찰차에 의해 구조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납치감금 주장은 이 사건을 수사중인 사법당국에 의해 가려지겠지만 설령 일반적 개념의 납치 감금은 아니었다고 해도 피해자인 J 노조 사무장의 자유의사에 분명히 반하는 강제행위가 회사측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정황이 뚜렷해 보여 논란이 되고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월드텔레콤 지회 소속원들은 지난 15일 월드텔레콤 회사 정문에서 접근을 막는 회사측 직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금선아 노조지회장과 납치감금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노조 사무장 J씨에 따르면 회사의 노사협의회 위원인 강모씨(여)는 지난 8일 밤 11시쯤 야간 근무중인 J씨를 찾아가 "회사에 다 이야기 해놓았으니 얘기좀 하자"며 옥상의 별도 휴게실로 J씨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J씨는 "근무중에는 통화조차 원칙적으로 하면 안되는 데 강씨말대로 작업현장을 떠났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J씨는 "휴게실에 들어서자 언니(강씨를 지칭)가 '조만간 회사에서 노조간부들을 전부 칠 것' '그러니 탈퇴서를 내라.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 다친다'고 겁을 주길래 얼떨결에 (탈퇴서를) 썼다"고 말했다. 그런 뒤 강씨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괴로워하는 J씨에게 "언니들이(노조간부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게 J씨의 설명)들이 (탈퇴서 쓴 것을) 알면 (너를) 가만 안 놔둘 것이니 단둘이 있을 만한 곳으로 가자. 회사에는 다 이야기 해 놓았다"고 채근하길래 나섰더니 건물밖에 차량이 시동이 켜진 채 대기중이었고 강씨 손에 이끌려 탄 차는 K 이사집으로 향했다는 것이 J씨의 주장이다.
더구나 J씨는 K이사집에서 "당분간 필리핀이나 중국 홍콩 등에 나가 있어라. 수속이나 비자는 회사에서 알아서 해주겠다. 그러면 월 급여 외에 50만원씩 더 주겠다"는 회유를 받았으며 끝내 "집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K이사와 월드텔레콤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이는 명백한 허위로 계획적으로 날조된 것일 뿐 아니라 회사를 흠집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설령 납치를 한다면 왜 하필 중풍을 앓고 있는 부친과 아내및 어린 아들 딸이 있는 집을 택할리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K이사는 "꼭 시시비비를 가려 허위 주장임을 밝혀내겠다"는 각오까지 피력하는 등 노조측의 납치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석연치 않은 회사측 설명 다급했던 문자메시지가 증거
'나 이사집에 있다. 무섭다. 어떡하나'(9일 새벽 4-5시 사이 노조의 산업안전부장에게 보내진 문자메시지) '가경동 00 아파트, 가로등 굉장히 만고(상황이 급했던 듯 오자 상태로 송신됐다) 201동 2층 계단 올라가면 바로 그집' '미안해'(새벽 5시쯤 금선아 노조 지회장에게 잇따라 보내진 메시지)
월드텔레콤 노조 사무장 J씨가 K이사 집에서 9일 새벽 직장동료이자 노조간부들에게 몰래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는 J씨가 K이사집에 사실상 '연금'돼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조직국장은 J씨의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온 금선아 지회장의 설명을 듣고는 J씨가 납치됐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곧바로 112에 신고, 경찰 순찰차를 타고 함께 K이사 집에 당도해 J씨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J씨는 순찰차 도착 직전 모처로 장소를 옮기려던 K 이사와 납치(?)에 동원된 신원 미상의 남자 2명 및 노사위원 강씨와 함께 있다가 K이사 집 밖에서 구출됐다는 것이 민주노총측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여러 정황상, 특히 증거능력이 확실해 보이는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발송시각 등을 판단할 때 J씨가 억압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며 "회사측에서는 사법적 판단에 앞서 솔직한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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