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투어’ 선거법 위반, 고법 현직 박탈 형량 선고
김 군수 주도 청원시 승격 등 추진동력 상실 불가피

김재욱 청원군수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던 독자 시 승격과 청주·청원통합 반대가 부메랑이 돼 현직상실 위기를 불러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김 군수가 지난 11일 열린 대전고법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현직박탈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 김재욱 청원군수가 현직박탈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음으로서 청주와의 통합반대와 시 승격 운동 동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상고와 청원·청주 양 의회 동수로 대화창구 마련을 제안하는 김 군수.
김 군수는 지난해 9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선거구민 123명을 모집해 ‘버스투어’ 행사를 열고 모두 1156만원 상당의 교통편의와 숙박, 음식물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현직 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잃게 된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피고가 특정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버스투어를 단시간에 기획하고 주민들에게 관광을 제공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했다.

항소심의 핵심은 김 군수가 검찰의 기소 내용에 반박해 ‘버스투어’가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였다.
하지만 법원은 김 군수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민들에게 시군통합지역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자원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일부 예외조항을 두고 기부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내용에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참가해 그 내용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으며 버스투어 둘째날 일정은 관광성 외유에 그쳐 이는 자원봉사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피고가 ‘버스투어’를 두고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버스투어의 경위나 동기 대상, 규모 등을 살펴보고 1156만 여원이 제공된 점을 비쳐보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1심 혐의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무리한 청주·청원 통합 반대

김 군수를 현직 상실의 위기로 몰아넣은 ‘버스투어’는 청주·청원 통합 반대를 위해 추진된 행사였다.
지난해 9월 24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원주와 경북 안동 등 시·군 통합지역을 방문해 통합 전후의 상황을 견학하는 것으로 청원군은 이장단과 직능단체 회원 등 123명의 지역주민을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주시도 2박3일의 일정으로 통합 여수시를 찾아 대규모 합동 워크숍을 실시하는 등 청원군과 통합과 관련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때였다.
청주시는 통합 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논리를 펴 나갔고 월례 조회에는 전직원을 참여시켜 특별강의를 실시하는 등 정신무장에 나서기도 했다.

청원군은 겉으로는 통합 주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버스투어’를 통해 주민들에게 통합반대와 독자 시 승격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김재욱 군수가 현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의 위기를 맞고 있는 데에는 청주·청원 통합 여론에 대한 밀어붙이기식 반대가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한 관계자는 “잇따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통합 찬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지만 김 군수는 이에 아랑곳 않고 통합 반대와 독자 시 승격을 밀어붙였다. 주민들에게 이같은 논리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중 하나가 ‘버스투어’였으며 이것이 결국 김 군수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힘 빠진 통합반대·시 승격

김 군수의 항소심 선고 이후에도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전과 다름없이 통합 반대와 자체 시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14일 청원군 농업인단체협의회가 반대 결의문을 발표했는가 하면 16일 청원사랑포럼 주최로 대규모 통합반대를 주제로 하는 시국토론회도 열렸다. 청원군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봉장인 김 군수가 현직 박탈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통합반대와 자체 시 승격 운동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청주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청원군민들의 여론도 통합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어 통합 반대 운동이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익명의 청원군 관계자는 “청내에서는 통합과 관련된 얘기 자체가 금기시돼 왔다. 반대 주장을 펴는 것 보다 무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이다. 대신 시 승격에 목소리를 모음으로서 자연스럽게 통합 반대를 기정사실화 했으며 그 중심에 김재욱 군수가 있었다. 하지만 군수직 상실 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통합 반대든 시 승격이든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직능단체 관계자는 “통합이 대세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 군수 재판은 물론 정부의 통합 유도정책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그리고 수도권 지역의 통합 움직임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태도변화냐 의회에 공 넘기기냐
김 군수 ‘양 의회 동수 대화창구 마련’ 제시

김재욱 군수가 청주·청원 통합과 관련, 양 의회 동수로 대화창구를 마련하자고 제시한 것에 대해 태도 변화냐 아니면 의회에 공을 넘긴 것이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 군수는 15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군수는 “시민과 군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인 양 의회에서 동수로 구성된 대화창구를 마련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주민의견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금껏 통합에 대해 논의할 가지조차 없다고 일축해 왔던 김 군수의 태도가 변 한 것이라는 풀이와 의회에 공을 넘김으로서 정치적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청주청원상생발전위원회 한 관계자는 “대화 창구를 마련하자는 것 자체 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이후 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체장이나 시민단체들의 통합 주도 반대를 전제로 한 제안이라는 점에서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것과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집단, 즉 시민단체가 전면에 나서 주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전제를 단 것은 본인 스스로 통합논의를 비껴가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원군의원들이 남상우 시장을 고소하는 등 민감한 시점에 의회에 통합논의를 넘긴 진짜 속뜻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제라도 대화를 시작해 오해와 편견을 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