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규·법률착오 이유 안된다' 박탈형

김재욱 청원군수의 사건을 심리한 1, 2심 재판부 모두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것은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한층 엄격하게 적용한 판결로 해석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주민들이 피동적으로 참여한 행사는 봉사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도 주목할 만하다. 자치단체 기부행위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광범위하게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재판부의 강한 의지도 담긴 판결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버스투어'가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사회상규상 군수직을 박탈할 정도냐에 대해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올 만한 사안이었으나 재판부는 액수와 동기, 선거법 처벌전략 등을 고려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 "버스투어 자원봉사라 볼 수 없다"

사건의 단초는 2008년 9월24, 25일 이틀간 진행된 '주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2차 버스투어' 등 두 차례에 걸친 행사였고, 1156만원 상당의 기부행위였다. 김 군수는 일이 불거지자 자원봉사 조례를 근거로 했고, 금품제공행위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원봉사 요건을 벗어난 것으로 봤다. 자치단체의 일방적 기획과 수동적 주민 참여로 이뤄졌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재판부는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이 명시한 '자발성과 자율성'과 비정파성의 원칙 아래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었다. 재판부는 내용 자체가 자원봉사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는 데다 김 군수 시책에 부응하는 내용(청주·청원통합 반대)이었고, 참가자들이 요구하지 않아 자원봉사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 내용이 뭔지 모르고 참여만 했다"는 주민 진술이 성격을 가름했던 것으로 보인다.

◇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 엄격 적용

행사비 1156만원이 기부행위인지, 자원봉사자에 대한 정상적 예산지출인지 여부도 큰 쟁점이었다. 이 점에 대해 김 군수는 자원봉사활동지원 조례에 근거했고, 비용도 사업계획과 예산(실과 업무추진비)으로 정당하게 지출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미 문제의 행사를 '자원봉사활동'이라 판단하지 않아 예산 전액을 기부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특히 공직선거법상 예외적으로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행위(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가 될 수 있는 요건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금품제공행위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수 있어 선거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군수는 공직선거관리규칙상 '금품 등을 찬조·출연 또는 제공하는 행위'이고, 중앙선관위규칙으로 정하는 행위'라고도 변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버스투어 기부행위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법령이라 볼 수 없고, 중앙선관위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판단했다.

◇ 김 군수의 법률착오에 대해

김 군수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실무자들의 검토보고를 믿고 진행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의도성과 범죄인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법 제16조와 대법판결(위법성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인식능력,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돼야 한다)을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 김 군수의 사회적 지위와 지적능력에 비춰 인정하기 어렵고, 실무자들의 보고를 믿었다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률착오'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판결이 미칠 영향

김 군수가 상고 입장을 밝혀 대법원이 또 한 차례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 군수 거취와 별개로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와 현직 단체장들이 업무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기부행위는 물론 조례에 정한 기부행위에 대해 선거법위반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판단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1,2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를 엄격히 적용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는 점에서 현직 단체장들과 출마 예정자들의 준법 필요성을 새삼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