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로 첫발, 물류센터 건립 경쟁력 확보
청주 영세 슈퍼 20곳, 11일부터 할인행사 시작

상인들이 만든 의미있는 대안
기업형 슈퍼마켓을 내세워 동네상권까지 잠식하기 시작한 대형유통사를 상대로 영세 상인들의 힘겨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 청주점(가경동) 24시간 영업을 계기로 시작된 불매운동도 시민들의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상인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서비스 개선 등 스스로의 노력없이 대형유통사에 대한 정부의 제재만을 요구한다며 영세 상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시장경제논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영세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 도무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것. 영세 상인들은 그동안 “우리에게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 첫째가 가격 경쟁력이다. 차별적인 카드수수료와 공급가격은 출발선부터 뒤처지게 만들었다. 서비스나 위생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이후의 문제다. 가격경쟁에서 밀린 동네슈퍼는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영세 슈퍼상인들은 그나마 낮은 카드수수료를 적용받는 재래시장마저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렇다고 마냥 불평만 늘어놓고 정부정책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영세 상인들의 현실이다. 성융제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는 “누구보다 급한 사람들이 상인이다. 정부에 요구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전부터 상인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대형유통사를 상대로 싸울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에서도 소주 1병 1000원
영세 상인들은 오는 11일 작지만 큰 시작을 준비했다. 조합원 슈퍼 20곳이 동시에 할인행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 성 이사는 “지난 수개월간 유통업체와 조율해 생필품 80여개 품목을 공동구매를 통해 최저가로 매입했다. 할인품목들은 소비자가 선호하는 A급 브랜드로 기업형 슈퍼마켓은 물론 대형마트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7일까지 1주일간 진행되는 할인행사기간을 통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다.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할인행사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원종오 이사장은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참여하는 점포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점포수가 늘어나고 공동구매 물량이 늘어나면 지금보다도 더욱 저렴한 가격에 많은 품목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체 품목 가운데 20%만 가격경쟁력을 확보해도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빼앗겼던 고객의 20%를 되돌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조합은 지난달 26일 국세청으로부터 주류체인사업 면허를 취득해 청주지역 슈퍼마켓에 주류를 공급하고 있다. 성 이사는 “조합에서는 최소한의 경비를 포함해 조합이 공급받는 가격에서 1%의 마진만 붙여 슈퍼에 납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류만큼은 대형마트와 견줘도 될 만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990원에 판매하는 소주 1병을 그동안 동네슈퍼에서는 1100원에 판매했다. 주류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금액이 1030원이니 밑지고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합이 주류를 공급하면서 이제는 슈퍼에서도 1000원이면 소주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유통마진을 줄여 1000원 이하로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동네슈퍼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기업형 슈퍼마켓과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간다. 충북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은 생필품 80여종을 공동구매해 11일부터 1주일간 20개 슈퍼에서 공동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사진은 주류체인사업을 위해 조합이 마련한 청원군 남일면 소재의 물류창고.

청주공동물류센터 가시화
조합을 중심으로 공동대응이 가능해지자 조합원 참여도 급증했다. 조합에 따르면 주류를 공급하기 전인 7월말까지 35명에 그쳤던 조합원 수가 지난 1개월 동안 2배 이상 늘어 현재는 78명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10월에는 조합원 수가 3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힘을 합치는 영세 상인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대안으로 제시되던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가시화되고 있다. 성 이사는 “영세 슈퍼가 기업형 슈퍼마켓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물류센터 건립이 필수과제다. 도내에서도 충주시와 단양군에 이미 공동물류센터가 운영중이고 제주와 전주 등 공동물류센터 운영을 통해 영세 슈퍼가 가격경쟁력을 갖춘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경우 그동안 조합이 활성화되지 못한 탓에 총사업비의 30%에 이르는 자기부담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 또한 지자체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추진이 부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공동물류센터 건립시 정부지원 규모가 기존 70%에서 90%로 늘어나면서 자기부담비율이 낮아진데다 조합원도 증가해 조합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성 이사는 “주류체인사업 면허를 받을 당시 30여명의 조합원으로 4억 4000만의 자금을 만들었다. 계획하고 있는 1만 9800㎡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이 12억원 가량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하지만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기청에서도 해당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자체만 결정을 내린다면 올 하반기에는 건립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또한 공동물류센터 건립 후 운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했다. 성 이사는 “공동물류센터를 갖춰도 상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지 못하면 100% 활용이 어렵다. 문제는 운영 자금인데 도매상인과 소매상인의 상생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소매상인이 직영하는 물류창고가 아닌 도매시장과 같은 형태로 운영하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합은 영세 슈퍼를 브랜드화해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과 재래시장상품권을 전자카드로 전환해 마일리지카드 기능을 추가, 모든 슈퍼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등을 모색하고 있다.

<공동할인행사에 참여하는 동네슈퍼>

수곡마트 수곡동  주공2단지마트 개신동  동부할인마트 우암동  한울슈퍼 율량동
슈퍼마켓내덕 내덕동  럭키마트 개신동  수동마트 수동 진흥슈퍼 월곡동  코사평화 우암동 
병운할인마트 복대동 세원홍실 가경동  평화하이퍼 사창동 코사금천점 금천동 두진사 내덕동
태영유통 사직동  남양슈퍼 내덕동 정훈슈퍼 용암동  은정슈퍼 금천동
대농공판장 하복대동 청주조합 송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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