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지주조합측, 피해 최소화 명분 재개발 움직임
괴산청천 주민, "복구는 커녕 또 다시 파헤치겠다니"

지난 5월 ‘문장대·용화온천지구개발사업’이 대법원의 판결로 시행허가가 최종적으로 취소되자 충북은 승리의 환호성에 파묻혔다. 지난 7월 14일 ‘문장대·용화온천개발저지 충북도민대책위원회’가 10여년에 걸친 저지활동을 접고 해산식을 가짐으로써 지리했던 문장대·용화온천개발 사업 문제는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힌 채 ‘종결’된 것으로 충북도민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용화집단시설지구지주조합에서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에 ‘공원계획변경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온천개발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끈질긴 망령처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또 다시 고개를 든 상주시 지주조합의 이런 개발재개 움직임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굴복할 수 없다는 완고한 고집인가. 복구라는 과제 앞에 싱숭생숭한 청천면 일대 주민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지주들의 무서운 개발 집념은 끝내 사단을 만들고야 말 것인가. 문장대·용화지구를 찾아 현지분위기를 긴급 점검했다.

문장대·용화지구는 첩첩산중 일대 속, 발가벗은 모습을 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깎아낸 산에는 2층짜리 조립식 건물과 ‘속리산 용화집단 시설 지구 기반 조성공사’라는 간판이 충북인의 지난 10여 년간의 투쟁을 떠올리게 했다. 문장대 지구는 버려진 땅처럼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했고 용화지구는 온천수로 인해 인근지역, 청주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

용화 온천수, “이대로 즐기고 싶다”
용화지구 도로변에는 땅에 잡초가 자라날 틈도 없이 외지인들이 온천수를 받거나 씻을 목적으로 차들이 들락날락 거렸다. 그 이유는 용화지구 도로변 입구에는 솟는 온천수 때문이다.

5살짜리 딸 때문에 용화지구에 자주 온다는 이모씨(청주시 운천동·32)는 “딸아이가 아토피성 피부라 자주 온다. 한번 와서 씻기고 가면 일주일 정도는 괜찮다. 2?3년 전부터 다녔는데 계속 효과를 보니까 오게 된다”고 그 효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온천으로 굳이 개발할 필요성까지 있을까 싶다. 공간이 좁고 물을 떠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렇게 와서 아이를 씻기면 되니까 큰 불편은 없다. 다만 이 정도에서 약간 공간이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고향이 청천면이라는 김모씨(청주시 봉명동·36)는 “온천개발로 인해 이익이 생기는 이들 입장에서야 온천개발을 부르짖지만 고향이 청천인 나 같은 사람과 또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냥 이대로 두는 것이 좋다.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 여기서 나오는 온천수가 좋다면 와서 씻어도 되고, 물을 받아 가는 것도 큰 불편이 없다. 또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용화지구에서 솟는 온천수가 부스럼과 같은 피부병 치료나 아토피성 피부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지역이나 청주 사람들 사이에서는 벌써 입소문이나 휴일이나 주말에는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

그러나 이와 다른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보은군에 거주하고 있는 정모씨(48)는 “이렇게 놔두는 것이 아깝다. 효험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면 좋을 것 같다. 환경오염이야 정화시설을 잘 갖추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온천이 들어오면 우리도 부대시설로 인해 먹고 살 방법이 많아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문장대·용화온천이 개발된다고 해도 보은지역 쪽으로 오폐수는 유입되지 않는다. 또한 보은군민 중 70%정도가 온천개발에 반대를 했다는 것. 취재결과, 나머지 30%정도가 찬성하는 이유는 온천이 들어섬으로써 그 외 부대시설로 인해 농업 외에 특별한 생계 수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알려졌다.

‘복구’라는 과제가 남은 문장대·용화지구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황무지를 연상케 했다. 오랜 시간의 투쟁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청천면 문장대·용화온천 개발저지 청천면대책위원회’ 서해구(청천면·42) 총무에게 물어온다고 한다. “종종 허허벌판이 된 사정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복구라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구를 요청했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개발저지를 위해 부딪히면서 전국 온천을 다 다녔다. 그 중에서 ㅅ온천이 들어선 인근주민 A씨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온천 개발이 시작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대를 했고 처음에 A씨도 반대를 했다. 그러다가 온천 개발을 하려는 관계자가 집도 지어주고 그 당시 만져보기 힘든 돈을 쥐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그래서 A씨는 마을 주민의 원망을 뒤로 하고 온천개발 찬성에 섰다. 반대를 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일부는 돈으로 매수해서 온천은 들어섰다. 온천이 들어서고 5년이 지나고 보니 돈이고 뭐고 다 소용이 없더라고 A씨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여름이 돼도 모기와 냄새 때문에 문 한번 마음 놓고 열어 놓을 수 없었고, 밤낮 소음으로 시달렸다. 온천이 들어서면 인근 상가가 주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A씨는 양심을 버리고 찬성의 편에 섰던 과거를 후회하면서 절대 온천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서총무는 더더욱 발 벗고 나서 온천이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개발저지에 앞장선 경상도 사나이
지난 10여년, 투쟁의 시간들이 경상도 사나이인 서총무에게는 더욱 남다르다. “원래 고향이 상주다. 지금은 청천면에서 ‘청천가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까지 상주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동창회에 가지 못한다. 다들 ‘네가 그럴 수 있느냐. 차라리 뒷짐 지고 가만이나 있어라’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향이 상주인 네가 그럴 수 있느냐’고 핏대를 세워가며 다그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개발저지 운동을 벌이던 중 동창회에 갔다가 동창한테 맞은 일도 있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상주 사람들 모두 우리집 가스를 썼다. 그러다가 이 일이 생긴 후 모두 발길을 끊었다. 그런 제의도 많이 받았다. 손님을 많이 붙여 줄 테니 이 일에서 물러나 달라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이 숨쉬고 사는 곳 이라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 특히 이 일대는 청정지구라 공장하나 들어서지 않았는데 상주사람들 좋으라고 온천을 개발한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돈은 상주사람들이 먹고, 오폐수는 충북이라는 결론인데 용납할 수가 없었다.” 고향 사람들을 등진 결과를 낳았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시행허가취소가 돼 그는 뿌듯해 했다.

“재개발 움직임, 두렵지 않다”
대법원의 판결 후 몇 개월 사이 상주 지주조합측은 소규모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사담, 상신, 신월, 귀만리 주민들을 상대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화조 시설을 강화해 소규모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 지주조합측의 입장이다.

“지주조합측이 노리는 것은 온천이 아니라 온천으로 인한 위락시설이다. 온천개발이 저지되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규모 위락시설을 만든다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그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다.” 서총무는 지주조합측의 또 다른 움직임에 가타부타 덧붙이는 일조차 의미가 없음을 말했다. 그동안 싸워온 시간과 과정, 대법원의 판결에 비춰 보면 이 정도 움직임에는 마음만 더욱 결연해질 뿐이다.

청천면 주민 이모씨(50)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랜 시간 부딪혀 온 일이다 보니 언급하는 것조차 반갑지 않다.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문제가 이제 그만 거론 됐으면 한다.”

청천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정상욱(61)씨는 “여기가 최상류지역인데 온천이구 뭐구 지으면 안 된다. 특별히 개발할 만한 곳도 없다. 이대로 깨끗하게 두어야 한다. 온천이구 위락시설이 생기면 교통문제, 특히 환경문제가 심각해 질 게 분명하다.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게 분명하다. 지주조합측의 새로운 움직임이 확대되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해묵은 얘기지만 문장대·용화지구의 물은 온천수로 부적합하다고 알려졌다. 단 한 개의 취수공에서 하루 용출량이 15톤에 불과하다. 또한 온천수의 적정 온도는 25도인데 반해 확인결과 용화지구에서 나오는 물은 14도였다. 이는 법적기준치에 현저히 미달되는 것으로써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용화지구를 축소조정해 개발하겠다는 상주 지주조합측에 대해 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처장은 “그들의 계획에 충북도 및 많은 시민 단체, 대책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주조합측의 움직임은 사법 체제를 근간부터 부정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므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청천면, 괴산군에서 막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시민단체나 충북도가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과제는 경관을 해치는 허허벌판의 현장을 복구하는 것이다. 상주시에 복구를 요청했음에도 복구는커녕 또 다시 고개를 드는 재개발 망령은 괴산군민을 비롯한 충북도민을 10여 년의 긴 투쟁의 시간을 곱씹게 할 뿐이다.

문장대·용화온천 얘기만 꺼내도 고개를 흔드는 청천면 주민들의 면전에서  더 이상 재개발 문제에 대해 꼬치꼬치 물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는 지금처럼 깨끗한 환경과 복구만이 반가운 소식임이 자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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