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청주고인쇄 박물관…‘고활자 특별전’ 열고 관객맞이

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특성있는 지역문화 만들기는 가장 큰 과제이자 고민거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청주에 ‘직지’가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들 말한다.
직지, 직지는 한마디로 ‘떳다’. 작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직지는 이제 ‘청주의 직지’에서 ‘세계의 직지’로 변화를 꿈꾸고 있다.
직지를 찍어낸 흥덕사지 터에 자리잡은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지난 18일 10돌을 맞이하고 기념식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10주년 기념행사로서 내달 7월 18일까지 ‘고활자특별전’을 연다. 고활자는 대부분 1200년대에서 1800년대에 사용하였던것인데 지금은 350여종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금속이 귀한 시절이라 활자를 재차 녹여서 사용하였기 때문에 훼손상태가 심한 편. 이번 전시에서는 시대별로 활자, 도구 등 131종의 고활자를 만나볼수 있다.

직지와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는 68년도에 프랑스국립박물관 사서로 일했던 박병선(76)씨가 직지를 발견하고 연구과정을 걸쳐 72년 ‘책의해’에 직지를 발표함으로써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그러나 그당시 우리나라는 ‘흥덕사가 과연 존재할까?’ 하는 소문만 무성하던 때. 그러던 중 84년 토지개발공사에서 실시한 운천지구 택지개발에서 ‘흥덕사’터로 여겨지는 유물과 주춧돌, 절터들이 발견됨으로써 흥덕사지는 본격적인 발굴작업에 들어갔다.
90년 이곳에 ‘흥덕사 관리사무소’가 처음 들어섰고, 92년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박물관으로서 모습을 갖춰나갔다. 94년부터는 도관할에서 청주시관할이 되었다.
그리고 92년 450여평 규모였던 것이 97년부터 3년간의 증축공사를 거쳐 2000년에는 1500여평의 전문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윤전기 톱니바퀴와 초가집을 맞물려 놓은 듯한 형상의 고인쇄박물관은 흥덕사관 유물관, 직지 인쇄과정, 인쇄기원을 시대별로 볼수 있고 밀랍인형들이 음성으로 설명과 동작을 보여주고 있어 실감나게 구성했다. 또한 영상관, 세미나실, 전자도서관, 매직비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연말에는 ‘최우수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화 눈 앞에 둔 직지

흔히 정보혁명을 4차로 구분한다면 1차는 말의 사용이고 2차는 글의 사용 3차는 금속활자의 사용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은 컴퓨터의 사용이 될 것이다. 최초의 금속활자 사용은 우리나라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 7월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심체요절’로서 현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상·하권 중 하권만이 보관되어 있다.
‘직지’는 현재까지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자보다도 무려 78년이나 앞서는 것으로 우리 조상들의 창의력과 얼이 담긴 자랑스런 보물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러한 ‘직지’가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것과는 달리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청주시민들 사이에서도 직지와 고인쇄박물관의 인식은 아직까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쾌거와 함께 직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고인쇄 박물관은 그간 10여년간 해온 사업을 바탕으로 올해 사업 방향성은 ‘직지세계화사업’으로 잡았다.
첫번째로 ‘직지데이타베이스화 사업’을 추진. 이는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있는 원본을 직접꺼내서 정밀한 사진기로 찍고 자료화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다.
또 6월에는 ‘유네스코 본부 기록유산 관련 워크샵’을 청주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13개국이 참여하는 워크샵을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개최하여 세계적인 직지홍보에 나선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직지프라이즈’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안, 해마다 인쇄부분에 공적이 있는 사람을 정해서 시상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올 10월부터 12월에는 ‘직지원본성소순회전시’를 계획. 독일 구텐베르크성서, 청주고인쇄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연계한 해외전시를 계획중이다. 관계자들은 직지세계화사업계획은 구두상으로 거의 협약이 이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고인쇄박물관 김종벽 관장(55)은 “청주의 직지에서 세계의 직지가 되기에는 정부의 도움과 재정적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정부보조금도 격려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얼마간이라도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사업추진에 더욱 힘을 쏟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쉽다 직지산업’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어느 시도나 똑같은 관광상품, 관광문화이다. 직지도 예외는 아니다. 직지상품이 없다는 것은 늘 지적되는 문제. 전통문화와 문화상품개발은 시대의 요구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직지상품개발 하는 벤처기업 ‘직지코리아’는 지난해 인터넷 바다에 돛을 올렸다.
지금까지 상품화 된 것은 20여가지. 손수건, 열쇠고리, 컵, 노트 등의 공예용품은 고인쇄박물관, 한국공예관, 그리고 올해부터는 청주공항, 인사동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눈여겨 보아야 한 두군데 있을 정도로 활성화 돼있지 못하다.
직지코리아 정덕형 대표는 “직지를 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직지상품을 실패로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금속활자가 여러시행을 거쳐 창조된 것처럼 직지상품도 지속적인 아이디어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주시에서조차 직지상품에 대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작업을 하던 작가들도 시에서 요구하는 값싼가격, 대량생산에 하나둘씩 그만두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직지상품개발에는 시와 지역작가, 유통구조가 긴밀히 맞물려 나가야 함에도 지금의 현실은 서로 ‘따로국밥’식이다. 직지 상품화는 지금의 소비행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청주가 세계의 직지를 꿈꾸고 있다면 지속적인 직지관련 문화콘텐츠와, 상품개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인터뷰 / 김종벽 고인쇄박물관장 “직지신드롬 기대한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10주년을 맞이 했으나 아직까지 청주시민들은 인식이 부족하다.
“오늘 오전 택시를 타고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가자고 했으나 어딘지 몰랐다. 이번 특별전을 열며 택시기사들에게 전단지를 뿌리고 행사때마다 가가호호 전단지를 돌리는 등 갖가지 홍보활동을 펼치는데도 알지못할 때마다 시민의 무관심이 안타깝기도 하다.”

▲ 직지산업에 대한 계획은?
“사실 직지산업은 지역경제과에서 담당할 부분이다. 박물관내에는 아트숍에서 직지용품을 팔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경쟁력이 없고 소비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직지와 관련된 사람들은 농담삼아 청주시가 직지로 도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지를 중심으로 한 문화연계성을 찾고 지역개발에 대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10주년을 맞은 박물관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더 나아가 세계속의 유일한 ‘직지전문박물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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