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감에 자린고비식 감량경영 비상
광고지 직접배포… 비정규직 30%나 감원

“사무실 경비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신문에 끼워 배포하던 광고전단지를 직원들이 직접 들고 다니며 아파트 단지를 찾아 배포하고 있습니다. 삽지 비용도 아껴야 할 판 입니다. 아르바이트 일손을 쓰던 카트(짐 수레) 정리 작업도 직원들이 손수하고 있고요. 최근 계산대 요원들인 캐시어들이 30%나 줄어들었지만 충원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매가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어쩔 도리가 없잖습니까. 정말이지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 봤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말이 공연한 과장이 아니예요.”

E마트 청주점은 “할인판촉전도 예전처럼 전혀 약효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이것은 주머니를 꽉 닫아놓고 있는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심리가 좀처럼 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감량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지 오런라고 말했다.

손님의 발길 자체가 줄어들고 손님 1인당 구매액, 즉 객단가(客單價)도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취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E마트 청주점은 “연초에 비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10kg들이 소포장 쌀 판매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쌀의 전체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냉각으로 쌀조차 대형포장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완연하다”고 밝혔다.

질끈 닫아버린 소비자 지갑
청주농협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올해 매출감소 추세가 심상치 않다”며 “12월을 전후해 연말연시 효과를 기대해야 할 판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로클럽 측은 “1인당 하루 객단가는 4만원대로 지난해와 비슷하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안먹고 살 수는 없는 1차 식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형할인점보다 타격을 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로클럽 역시 객단가는 예년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객수 자체가 줄어 매출액 감소를 보이고 있다는 것.

하나로클럽의 주요 품목별 매출동향을 보면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동향을 엿볼 수 있다. 쌀의 경우 지난해 7∼9월(3/4분기)에 12억 4100만원 어치가 팔렸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에 11억 8200만원으로 4.8%가 떨어졌다. 채소류 중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친환경농산물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1억 7000만원 가량이 소비됐지만 올해는 19%나 줄어든 1억 3700만원 어치만 팔렸다. 반면 잡곡 소비량은 지난해 2억 1400만원에서 올해 3억 6900만원 어치로 크게 늘어 눈길을 끈다.

“과일의 소비동향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비교적 많은 양이 들어있는 박스상품은 지난해 5억4800만원 어치가 팔린 반면 올해에 4억9000만원으로 10.6%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낱개로 서너개 들이 소포장은 9억5400만원에서 10억 4400만원으로 9.4%가 늘어났습니다. 결국 과일 소비량은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올들어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그때그때 소량 구매하려는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가 제품들만 그나마 인기
그러나 특정 품목에 있어서는 정말 기이한 현상도 나타나 정형화된 분석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불황기의 전통적인 호황제품으로 알려진 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인 ‘S라면’의 경우 매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농협하나로마트의 경우 S라면의 박스제품은 지난해 7∼9월 3개월간 1억 1700만원 어치가 팔렸던 것이 올해 같은 기간에 1억원으로 14%가 줄었으며, 5개들이 번들 제품 역시 지난해 6700만원에서 올해 3800만원으로 무려 43%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1000∼2000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주방용 잡화와 그릇 등 할인점들이 전술적으로 내놓는 행사상품들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지난해 3/4분기에 13억 7700만원 어치가 팔린 행사상품의 경우 올들어 같은 기간에 15억 3700만원 어치나 팔려 11.6%나 늘어났다. 세제류도 알뜰형 리필제품이 많이 나가 지난해 1억원이 팔린 반면 올해는 15%가 는 1억 1500만원 어치가 팔렸다. 게다가 대형할인점들이 개발한 자체상표(PB)도 동종제품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값이 싸 인기다. 모 할인점의 PB화장지는 올들어 25%가 판매가 늘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