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g짜리 손목시계형 ‘워치 폰’ 세계 첫 상용화 성공
올해 4300억 내년엔 9800억 매출 목표

모두가 어렵다는 말 뿐이다.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 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우울한 국면이 계속되면서 IMF 직후 때보다 더 절박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긴 그림자가 있으면 반대쪽엔 반드시 밝은 양지가 있다고 했던가. 지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쪽은 내수보다 수출이다. 내수가 죽을 쑤고 있지만 그나마 수출이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IT(정보통신)쪽, 특히 반도체와 핸드폰이 다시금 날개를 달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수출전선을 비상하고 있다.

도내에서 핸드폰을 생산하는 기업은 LG정보통신과 맥슨텔레콤, 텔슨 등 3개사에 이르는 데, 이중에서도 텔슨의 고공비행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텔슨의 성공 스토리는 암울한 이야기들만 넘치는 우리 주변에 작지만 의미있는 ‘희망갗가 돼 주고 있다.

청원군 오창면 여천리에 위치한 텔슨전자 청주공장은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 바로 옆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경박단소의 첨단 기술제품 생산과 출하·물류의 보금자리론 적지인 셈이었다.

1층 사무동 건물 로비에는 초창기부터 갓 출시된 신제품까지 진열해 놓은 제품 전시장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전시대에 놓인 수십가지에 달하는 제품들은 텔슨의 짧지만 만만찮은 핸드폰의 생산 역사랄까 ‘관록’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오른쪽에 배치된 일명 워치폰, 즉 손목시계형 핸드폰이었다. 가장 오른쪽에 전시됐다는 것은 이 회사가 가장 최근에 개발해 낸 최신제품임을 말한다.
이 회사의 장병권 상무는 워치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엄청난 기술개발 노력
“세계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입니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조차 부러워하는 기술입니다. 텔슨전자에선 우리나라에 단 100대의 워치폰을 파일럿 제품으로 출시, 시장반응 탐색하고 있는데 폭발적입니다. 중국에는 지난 9월에 이미 대량 수출했습니다. 지난 9월 CEC(중국전자)에 1만 5000대의 워치폰을 대당 360달러에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워치폰이 현지에서 1000달러(120만원 정도)에 가격책정이 됐는데 벌써 1만대나 팔리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장 상무는 “국내에서는 SKT에서 ‘사업자 검수’를 끝낸 상태로 곧 SKT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납품할 계획”이라며 “워치폰의 경우 전형적인 하이테크 제품으로 수율을 높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관건인데 청주공장의 경우 월 3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제10회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대상전시회 때의 일화다. 전시회를 참관하던 삼성전자 출신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발길이 텔슨 부스 앞에서 멈춰섰다. 진 장관은 워치폰을 보고는 “모조품(실제작동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삼성전자조차 실패한 기술을 자그마한 기업이 개발해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건 그로서도 당연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진 장관은 “실제 개발품”이라는 회사측 설명에 깜짝 놀라며 큰 호기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얘기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다. 텔슨의 와치폰은 이 대회에서 정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워치폰은 배터리를 포함한 무게가 93g밖에 안되는 세계 최소형 단말기다.

텔슨의 전설같은 성공담은 저절로 이뤄진 게 결코 아니다. 인적구조만 살펴봐도 그 비밀을 눈치챌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생산전용기지인 청주공장 직원이 400명인데 비해 서울본사에 배치된 600명중 기술개발(R&D) 부문에 소속된 인원이 자그마치 400명이나 된다. 텔슨이 기술개발에 어느 정도 심혈을 쏟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텔슨은 지난해 240만대의 핸드폰을 팔아 2800억원의 매출규모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4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 내년은 얼마나 될 까? 무려 9800억원이다. 텔슨 측은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내년 한햇동안 520만대를 판매해야 한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텔슨에게 양지의 시간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바로 지난 2/4분기와 3/4분기만 해도 비관론이 짓눌렀다. 주력 수출무대인 중국시장이 급변한 때문이었다. 중국은 당시 주력 핸드폰 기종이 바뀌는 단계였고, 중국 굴지의 통신업체 차이나 유니콤도 이 때문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한국처럼 폐지한 데다 사스 영향 등으로 중국내 CDMA(코드다중분할접속방식)폰 구매기반이 급격히 줄어들었던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시장 쾌청
“올 1/4분기를 100으로 볼 때 지난 2/4와 3/4 분기는 매출액이 30∼40정도로 그야말로 수직낙하했습니다. 올 1/4분기에 텔슨은 71만 8200여대를 팔아 162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4분기와 3/4분기 들어 각기 27만 7000대 26만 9600대로 줄었들었습니다. 그땐 정말 아찔했습니다. 짧은 호황 끝에 긴 불황의 겨울이 닥쳐오는 건 아닌가 바짝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중국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4/4분기에만 72만 3000대, 가격으로는 1561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올해 총 매출액 규모는 4201억원에 달하게 됩니다.”

텔슨은 중국시장을 적극적으로 침투하기 위해 CDMA 위주에서 벗어나 유럽형 휴대폰인 GSM 제품의 양산에도 들어간 상태다.
텔슨은 “중국 현지의 시장상황이 최근 들어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핸드폰 수출전선이 급팽창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수출시장의 기상도가 쾌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같은 전망은 기술변화의 속도가 눈부신 첨단제품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텔슨의 성공담은 이 회사가 매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기술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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