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희 정치경제부장

지역에서 가장 큰 이슈인데도 신문과 방송에 안나오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지역 언론사 통합에 대한 이야기다. 이 논의가 나온지 한참 됐는데 요즘 다시 시중의 핫이슈로 자리잡는 것을 보니 이번에는 뭔가 이뤄질 모양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요즘 상가(喪家)나 지인들과의 점심식사 때면 빼놓지 않고 오르는 ‘안주거리’가 지역 언론, 정확하게 말해 지역신문사 통합에 대한 이야기다.

지역신문사 통합과 관련해서는 ‘3당 합당’, ‘4당 합당’등 정당의 합당을 비유하는 말을 많이 쓴다. 3당 합당은 3개 신문사가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요, 4당 합당은 4개 신문사가 통합한다는 뜻이다.
이미 시중에는 해당되는 신문사들의 이름이 거명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하나의 회사 관계자가 모 자치단체를 찾아가 ‘3개 신문사에게 줬던 만큼의 광고료와 구독부수를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여기에 언론사 통합에 대해서는 언론사 내부 사람들, 즉 언론인들이 가장 절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당위성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외부적인 환경도 가세하고 있다. 신문경영 환경이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심한 경쟁구도를 가진 미디어법이 통과된데다, 사정기관의 지역언론에 대한 잣대도 훨씬 엄격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비관론자들은 신문사들이 통합하더라도 새로운 신문사가 또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합의 효과가 없다는게 요지다. 통합 신문사에 합류하지 못하거나, 통합에 반대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새로운 신문을 창간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얘기다. 진입장벽이 아예 무너진 지역 신문시장에서 우후죽순 새로운 신문이 생겼던 과거를 기억한다면 수긍하기 쉬운 주장이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3사 통합이든, 4사 통합이든 명분있는 ‘제호’와 능력있는 ‘자본’의 결합이 필수적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현재 한 언론사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 재력가가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이런 때에 지역의 원로 언론인이 이달 중에 퇴임식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충북 언론의 상징적인 인물이 언론을 떠난다고 하니, 무엇인가 언론통합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냐는 기대를 한 몸에 사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인들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모 경제계 인사는 “언론사들이 다 쓰러져서 더 이상 일어설 힘이 없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 지경이 되어야 통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 말이 틀렸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통합언론의 출범이 가시화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주주든, 임원이든, 기자든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건이 성숙하면 자치단체, 시민단체, 언론인, 전문가, 독자등이 참여하는 가칭 ‘지역언론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려서 공개적으로 이 일을 추진했으면 한다. 언론사 통합 시도는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본전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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