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체육계 보기드문 쾌거, 세계대회 유치의 모범사례
시설 보강, 경기력 향상 등 서둘러 준비할 일들 산적

대한민국 충주가 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를 확정지었다. 8월 31일 폴란드 포즈난에서 개최된 국제조정연맹(FISA) 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된 충주는 찬성 96표, 반대 42표로 유치를 확정지었다. 당초 회원국 투표없이 개최를 확정지을 것이 예상되었으나 충주와 함께 유치신청를 했던 독일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투표가 이뤄졌다.

이번 대회 유치를 위해 충주시는 탄금호가 지닌 천혜의 경기장 여건을 홍보하고 비유럽권 국가 유치전략을 잘 세웠으며, 충북도와 정부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동위원장인 정우택 도지사와 소병용 전 UN대사, 집행위원장인 김호복 충주시장, 대한조정협회 한영준 회장 등이 모두 참석해 회원국들에 대해 개최 열의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 세계조정선수권 유치가 확정되자 폴란드 현지에서 유치활동을 벌인 정우택 지사와 김호복 시장 등이 환호하고 있다.
앞으로 대회 준비까지 4년이 남았다. 탄금호를 주무대로 한 경기장의 여건은 최적의 장소임에는 분명하지만,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은 물이다. 탄금호는 평균 15도 이하의 차가운 충주댐 물과 달래강 물을 합수시켜 담수한 인공호수다. 그로인해 경기장 지류 동서의 수온차가 심하며 수온 또한 차가운 편에 속한다. 안전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감안한 응급의료센터 등의 꼼꼼한 준비가 요구된다. 또한, 태풍이나 폭우 등의 뜻하지 않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충주댐의 방류 등에 대한 사전 치밀한 수자원관리도 필요하다.

도로망과 경기장 시설 등 인프라 구축 또한 서둘러 완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시아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했던 재작년에는 대회 중에도 일부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현재 탄금호 주변에는 신탄금대교, 금가대교 건설을 비롯해 북충주IC-칠금동간 국도확포장공사 등 매우 소란스러운 상태다. 국제경기지원법 개정을 통해 법적 보장을 받는게 시급해 보인다.

또한 대회를 유치해 놓고 정작 주최국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김빠지는 대회가 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의 조정 실력은 아직 단 한 개의 올림픽 메달도 목에 걸어본 적이 없을 만큼 실력도 인기도 세계와 겨루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조정은 올림픽 종목에서 유도, 역도, 레슬링과 비슷한 14개의 메달이 걸려있다. 11개가 걸려있는 요트와 함께 묶는다면 육상, 수영 다음으로 많은 올림픽 메달밭이 된다.

충주시청 남자조정선수단 정관호 감독은 “유럽 선수와 우리 선수는 신장이 10cm 이상 차이가 난다. 체력이야 훈련과 정신력으로 극복해 볼 수 있지만 선수가 없다”며 저변이 엷은 것을 걱정한다.

충주시청 조정선수단만 해도 선수가 남자부 4명, 여자부 7명에 불과하다. 조정의 꽃이라 하는, 조수(cox) 1명과 노잡이(paddler) 8명이 노를 젓는 에이트 경기는 출전조차 하지 못한다. 조속히 선수 충원을 이뤄내고 체계적인 훈련과 지도가 필요한 실정임을 말해준다. 상대적으로 진학과 취업의 기회는 다른 인기스포츠에 비해 많단 얘기다.

경기장 훈련 여건 또한 아직 미흡하다. 잔잔한 물결을 요하는 조정 경기의 특성상 경기장에서의 모터보트는 감독코치도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타지 않는다. 하지만, 탄금호는 현재 7곳의 무허가 업체가 수상스키 불법 운영을 하고 있다. 조정하는 선수들에게 있어서 모터보트가 일으키는 물살은 경기력 저하는 물론이고 안전사고의 우려마저 일게 한다.

조수없이 진행방향을 보지 않고 노를 젓는 조정선수들에게 있어 급한 물살은 보트를 전복시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탄금호의 찬물살에 빠지게 되면 선수라도 심장마비 등의 안전사고가 충분히 우려된다.

이들 모터보트 업체들은 최근에 인사사고마저 내어 경찰조사까지 받았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수자원공사에서는 충주시의 2차례 협조공문에도 이렇다 할 조치를 아직 취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충주권관리단은 충북도와 이 문제를 협의중이며 조만간 합동조사를 통해 불법점용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고발조치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정 경기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정선수권대회와 문화레저특구를 동시에 추진한 충주시의 불찰이 원인이다. 전자의 경우 무동력스포츠가 주가 되고, 후자의 경우는 동력스포츠가 뒤따르는데 두 개가 뒤섞여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세계대회 유치 성과가 일과적으로 끝나선 안된다는게 조정인들의 염원이다. 조정체험학교를 운영하는 김만영씨는 “2013년을 기점으로 한국 조정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대회를 치르고 난 후 조정은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만의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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