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아이템 도입해야
내년 충북체전, 국민적 참여가 ‘관건’으로

내년 전국체전은 충북에서 열린다. 2004년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간이다. 이미 충북도가 전국체전준비기획단을 출범시킨 후 카운트다운에 들어 갔고 학교체육을 중심으로 도내 체육계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충북에선 지금까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이 각각 한번씩 열렸다.

90년 71회 전국체전과 79년 8회 소년체전이 고작이다. 외형적인 도세가 작다보니 개최지로서 쉽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내년 전국체전 충북개최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 행사를 총괄하게 될 충북도의 입장에선 지난해 바이오엑스포에 이어 최대 이벤트에 직면하게 된다. 이원종지사는 지난 20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내년 전국체전의 차질없는 준비를 특별히 강조했다. 전국체전의 성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선 규범과 상징성이 중시됐다면 지금은 효율성이 강조된다. 내년 충북체전의 로드맵, 과연 충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또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집중 취재했다.

올해 전북에서 열린 84회 전국체전은 성공작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 기간(10월 10~16일) 중 전국체전에 쏠리는 국민적 관심은 극히 단편적이었다. 실제로 대회가 끝난 후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억하는 올 전국체전은 한팔이 없는 창던지기 선수의 인간승리와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요절한 레슬링 선수의 비보 정도로 각인됐다. 개최지인 전북 외의 다른 시도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언론의 관심도 시들했다. 노무현대통령의 재신임 천명 등 정치적 핫이슈가 전국체전의 여론화를 방해한 측면도 있지만 체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사실 과거에 비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개최지의 입장에서야 모든 경기가 전 시군별로 분산개최되다보니 자발적 여론형성이 가능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다른 시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바로 이 점이 최근 전국체전의 최대 맹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개최지만의 체전, 선수들만의 체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북은 올 체전의 전국 축제화를 위해 나름대로 특별한 이벤트를 집중시켰다. 공식경기 외에 산악대회와 바둑대회를 전시종목으로 개최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체전사상 처음으로 스포츠마케팅을 도입, KT를 공식후원업체로 선정,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으나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마리 토끼몰이가 과제
이처럼 전국체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시들해진 이유는 자명하다. 각종 프로스포츠의 활성화도 근본 원인이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을 연이어 개최한 국민들의 스포츠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 체전의 입지를 위축시킨 결정적 요인이 됐다. 대한체육회 공보팀장 김용씨(45)의 진단은 더 구체적이다. “막상 체전의 임원으로 참가해 경기장을 누빌 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한발짝만 벗어나면 썰렁함을 느낀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엔 언론이 앞장서 대회를 알리고 또 대규모 인원동원이 가능했기 때문에 전국체전의 축제화가 수월했지만 지금은 엄청난 노력이 들어 간다. 그래도 분위기 조성이 쉽지 않다. 물론 프로스포츠와 아마스포츠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작금의 무관심은 우려할만하다. 전국체전에 대한 무관심은 과거 엘리트 선수 위주의 경기력에 치중했다가 참여형 ‘스포츠 축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증후일 수도 있다. 결국 경기력 향상과 국민축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앞으로 전국체전에 떨어진 과제다.”

올 전국체전이 끝나자마자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가 전국체전의 발전 방안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최근의 체전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 이연택대한체육회장은 아예 앞으로의 전국체전 ‘컨셉’을 두가지로 설정했다. 전국체전과 생활체육의 접목을 통한 국민축제화와 평화통일에의 기여다. 체전과 생활체육의 매치는 이미 다각도로 시도됐고 충북 역시 이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일반인들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현재 게이트볼 스쿼시 인라인스케이트 여성궁도 수상스키 바둑 등을 번외경기 내지 전시종목으로 채택해 국민축제 성격을 강화시킬 방침이다. 충북체육회 김선필사무처장은 “전국체전도 이젠 국민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물론 과거의 절도 있는 체전문화가 어느땐 아쉽기도 하지만 사회가 변한만큼 전국체전도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내년 충북체전은 아마 이런 면에서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체육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회식에 참석한 대통령의 표정으로 체전의 성공여부를 가렸다. 대회진행이 엉망이어도 대통령의 ‘잘했다’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묻혀졌던 것이다. 사실 전국체전의 이면엔 이런 부끄러움이 있었다.

시도지사의 입장에선 전국체전만큼 좋은 이벤트가 없다. 대회를 잘 치르면 한동안은 앉아서도 좋은 여론을 타는 것이다. 때문에 당연히 성공개최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내년 충북체전을 성공작으로 이끌려면 역시 관건은 ‘참여’다.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충북 고유의 색깔있는 아이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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