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 동창이 내년 총선 출마의사를 밝혀 왔다.  처음엔 당혹스럽기까지했지만 어쨌든 기특(?)하다. 이미 그의 이름은  신문의 출마예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정당으로 들어가더니 이젠 정점까지 넘보는 것이다.  직업의식의 발로인지 몰라도 그에게 물었다. "끝까지 출마할 것이냐"고.  그랬더니 20여년을 준비한 것이라며 지지를 부탁했다.  다행이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도 동창회 모임 등에서 정치얘기를 진중하게 하는 바람에 오늘의 '출마'를 예고하기도 했다.  만약 그의 대답이 어설펐다면 이런 말을 할 참이었다. 당선에 자신없다면 빨리 정신차리라고.  친구에겐 미안한 얘기이지만 처음 출마하는 사람을 접할 때마다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또 정치 룸펜 하나 생기는구나"

 내둥 보이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반짝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중 일부는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출마를 공언하고 있고,  일부는 자신이 기숙할 마땅한 캠프를 찾느라 혈안이다.  다는 아니지만 이들이 노리는 것은 결국 '돈'이다.  봄철에 땅속의 벌레들이 준동하듯 선거철이 돌아오자 다시 몸을 추스리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굳이 출마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좋은 먹이감(후보)을 골라 소위 한건을 올리기 위해 포석을 까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구사할 전략은 후보 사퇴조건으로 특정후보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6대 총선에선 이와 관련된 각종 억측이 나돌아 선거판을 흐리게 했다.  전혀 근거없는 소문으로 치부하기엔 당시의 정황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선거철에 뿌려지는 돈과 당선간의 역학관계를 규정하는 말이 하나 있다. 60 대 40과 40 대 60이다.  선거운동을 위해 후보로부터 자금을 받은 사람이 실제 선거운동에 60을 쓰고 40을 챙긴다면 그 후보는 당선되지만 반대로 40을 쓰고 60을 챙긴다면 떨어진다는 속설이다.  선거철마다 반짝 나타나는 이들은 바로 이런 계산에 도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특정지역의 경우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을만큼 예비후보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끝까지 출마한다고 확신하는 유권자는 아무도 없다.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려면  이들중 '선거꾼'을 가려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선 이들 선거꾼들도 재미를 못볼 것같다. 검찰이 부정한 돈의 배후까지를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돈문제가 수사망에 걸려도 대개 잔챙이만 처벌받고 후보들은 교묘하게 빠져 나갔다.  충북에도 이런 도마뱀 꼬리 자르기의 명수가 한명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구설수에 오르고도 무사히 당선된 것이다.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검찰까지 칼날을 갈고 있으니 아마 이런 정치인의 요즘 잠자리가 몹시 불편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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