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8만표 3등, 1997년엔 29만표 1등 ‘당선 발판’
DJ 승리 이후 민주당, 도내에서 총선 불패 ‘판도 변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충북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초석을 다졌던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이후 팔순을 넘어선 노령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양심’을 촉구하면서 남은 정열을 불태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지켜보는 충북도민들의 심정은 남다르다. 충북은 그에게 영욕이 깃든 땅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이후 다시 싹트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햇볕’을 고집했던 전직 대통령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 2001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문대(충청대)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43분 끝내 서거했다. 지난 달 13일 폐렴 증상이 심해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지 35일 만이다.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3남과 가족친지들, 그리고 박지원 의원 등은 9층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 정치인 등은 20층 VIP 대기실에서 혹시나 하는 기적을 바랐지만 결국 서거 소식과 마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맞수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체육관 선거와 6.29선언, 민자당 합당으로 정치적 계보를 이어온 끝에 50년만의 정권교체가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고, 햇볕정책은 2000년 6월15일 해방 후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꽃피었다.

충북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있어 영욕의 땅이었다. 1981년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23개월을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를 장장 26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준비된 대통령’으로 만든 ‘3전4기’의 신화도 충북에서 비롯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13대, 14대, 15대 선거에 내리 출마해 1997년에야 당선됐는데,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이 도전자를 용납하지 않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도 체육관 선거로 권좌에 오르는 바람에 정치적 공백기를 거쳐 영광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15대 대선 충북에서 극적 반전
충북은 7대 선거에서 <박정희 31만2744표, 김대중 22만2106표>로 박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이래로 13대 선거에서는 <노태우 35만5222표, 김영삼 21만3851표, 김대중 8만3132표>로 수모를 안겼으며, 마지막 대선이 될 뻔한 14대 선거에서도 <김영삼 28만1678표, 김대중 19만1743표, 정주영 17만5767표>로 정주영 후보와 2등을 다퉈야 했다. DJ하면 곧 적색과 연결시킬 정도로 ‘레드신드롬’이 팽배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5대 선거에서는 ‘이게 진정 충북의 민심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29만5666표를 얻어 24만3210표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긴 것이다. 지난 선거 결과에 비춰볼 때 충북의 변심(?)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한번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충북인의 착한 심성(?)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기점으로 적어도 대선과 총선에서는 다시금 민심이 춤추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충북에서 압승을 거뒀다. 전국적으로 2.3%(약 57만표) 차로 승패가 갈렸는데, 충북을 포함한 충청권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무려 25만7000표 가까이 앞섰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 8명이 충북을 석권하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났다.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뒤 불과 넉 달 만에 실시된 지난해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6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권 일제히 애도 성명
한나라당-“대한민국은 위대한 지도자 잃어”
민주당-“민주주의 후퇴 막고 통일 꿈 실현”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일제히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김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한나라당도 서거에 임해서는 애도의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18일 긴급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위대한 지도자 한분을 잃었다”며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진심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들에게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도 민주화, 인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숭고한 뜻이 국민화합과 남북 평화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엄청난 슬픔과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신장, 통일운동에 평생을 헌신하셔서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정착, 한반도 평화에 크게 이바지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지도자셨다”며 “민주당 충북도당은 김 전 대통령이 앞장서 이룩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민주화와 인권, 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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