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소식을 접한 순간 '아름다운 큰별 하나가 떨어졌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정치적 동지였고, 동갑내기 친구지만 스승같이 모셨던 김 전 대통령과의 추억이 주마등같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북지역 오른팔 내지는 복심(腹心)'으로 불리던 박학래(86) 전 충북도의회 의원(현 민주당 충북도당 상임고문)은 이같이 말하고 "생전 김 전 대통령은 생각과, 행동, 말,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대략 1960년대로 시계바늘을 되돌렸다.

이때쯤부터 인연을 맺고 있던 박 전 의원은 71년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후 전국 각지를 돌며 선거운동을 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당시 주로 농촌지역으로 선거운동을 다니던 두 사람은 선거운동 초반 자동차사고를 가장한 테러를 의식해 사고가 나도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트럭을 타고 다녔다.

이후 박 전 의원은 대선패배후 정권의 탄압을 받던 김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전 국회의원)를 청주 남문로1가 자신이 운영하던 제일여관(목욕탕)에서 8개월가량 보호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선고직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1980년 7월부터 1982년 12월까지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시기, 박 전 의원은 서슬 퍼렇던 정권의 감시에도 옥중수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7년 대선운동기간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기반인 '아태평화재단(亞太平和財團)' 충북지부장으로서 충북지역 선거운동을 총괄하면서 당선에 기여했다.

김 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박 전 의원 부부는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김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회포를 풀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 퇴임후에도 매년 설날이면 어김없이 김 전 대통령 자택을 찾거나 전화를 통해 새해인사를 하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박애'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용어를 많이 썼다"며 문상준비를 서둘렀다.

박 전 의원은 1956년과 60년 청주시의회 2, 3대 의원을 역임한 후 민주당 충북지부 고문, 신정사회당 수석 부총재를 거쳐 95년과 98년 충북도의회 5, 6대 의원으로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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