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의지가 강한 분입니다. 그 어려운 수감생활도 의연하게 견디셨는데 이렇게 서거하셨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될 당시 김 전 대통령 전담팀장으로 근무했던 강복기 전 사무관(67)은 30여년전인 그 때를 생생히 기억하며 비통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강 전 사무관의 인연은 198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내란음모죄로 그 해 1월23일 사형을 선고받았으만 선고직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일주일여만인 31일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다음해 12월23일 석방되기 전까지 교도소 8사 2호실의 1.75평 독방에서 무기수를 뜻하는 빨간 바탕에 수감번호 9번으로 1년여를 보냈다.

강 전 사무관은 김 전 대통령 수감 전 윗선으로부터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직원 6명을 데리고 팀장(주임)으로 투입돼 김 전 대통령과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고문 후유증인 고관절과 허리 디스크 등으로 고생하면서도 단 한번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외부인은 물론 수감자와 철저히 통제된 채 생활하던 김 전 대통령은 독서와 기도로 평상심을 유지하며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당시 교도소의 통제는 상상을 초월했다.일반 수형자는 물론 다른 직원들의 접촉도 차단했으며 책 반입과 심지어는 서신까지 통제했다.

일반인들의 면회는 커녕 가족과의 면회도 한달에 1차례밖에 허용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극심한 2중, 3중의 감시를 당하던 김 전 대통령은 지병 치료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혹독한 수형 생활을 견딘 김 전 대통령은 출소하며 미안해하는 직원들을 오히려 격려해 주위를 숙연케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1987년 대선당시 다시 한번 청주교도소를 방문했지만 강 전 사무관과는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인연은 그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오슬로를 방문할 당시 직접 강 전 사무관과 함께 갈 것을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강 전 사무관은 각계 대표 42명과 오슬로를 방문해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강 전 사무관은 “대통령께서 저를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 감개무량해 말이 안나올 정도였다”며 “전날 청와대에서 불러 가보니 여비조로 금일봉도 줬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강 전 사무관은 이어 “김 전 대통령꼐서 서거하셨다는 말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한번 찾아뵀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이 생활했던 독방은 2004년 환자수용관리 시설로 개조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강 전 사무관은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