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참 빨리도 돌아온다. 지방선거에, 어 하다보니 대통령선거, 몸과 정신을 추수리기 바쁘게 보궐선거, 또 코 앞에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선거는 확실히 각기 다른 욕구들의 충돌이 가장 강렬한 방법으로 부딪히는 전쟁이다. 전쟁을 치러내면서 정당인들은 한 번의 선거를 어렵게 치르는 만큼 한국의 정치사가 진보하기를,  거창하게는 우리나라의 국가장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갈망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보다 깨끗하고 참신한, 진보된 면면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정당인들을 크게 좌절하게 만든다. 각 당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 중 경선은 과거 일방적인 후보결정 방식에 비해 민주적이어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경선이 유감이다. 공모를 실시하고 공천심사를 받겠다고 서류를 낸 사람들은 누구나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전적으로 승복하고 일체의 해당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쉽게 사인을 한다. 그런 사람들이 경선결정을 내리면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탈당한다. 이럴 때 이들은 자신을 단독후보로 뽑아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다른 핑계로 곧잘 합리화한다. 결국 중앙정치인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탈당하고 또 뭉치는 행태를 ‘초보 정치인’들이 흉내내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는 경선에 참여시켜주지 않는다고 탈당한다. 그러면서 여러 자료를 통해서도 한 눈에 그 키 차이가 분명한데 경선이라도 해보게 해줘야지 않느냐는 상식밖의 생떼까지 부린다. 그래서 급기야는 한 달여간 고생고생해서 치러낸 경선대회 바로 다음날 탈당을 하는 웃지못할 ‘사고’를 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이런 사람들의 논리는 선거인단 구성이 자신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전 증평군수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선이 있었다. 두 후보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5대 8, 경선자체가 무의미한 지지율 차이가 났다. 그러나 경선결과는 60대 38.9. 그런데도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은 선거인단 구성이 편파적이었다며 출마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적이 있었다.

 

 경선은 참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당원과 일반유권자 50대50 비율을 맞춰야 하고, 몇천명씩이나 되는 당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투표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한 당원들 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일정인원으로 축소해야 한다. 경선 한 번 치르고 나면 느는게 술이요, 우리나라에서 정치발전은 요원하다는 패배의식과 좌절감뿐이다. 이런 탓에 각 정당에서는 경선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돌아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선이 기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돈과 시간 낭비하고, 사람 잃고, 당권 약화되고, 경선을 실시할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게 실제 우리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가 동일선거구, 동일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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