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봉명2송정동)주민지원담당

온 나라가 시끄럽다. 마치 종기가 곪았다가 동시에 터지는 형국이다. 어디부터 손을 써야할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춘추전국시대 같으면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 나타나 혼란한 국가를 다잡아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무장된 정보화시대에는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의 상황은 우리 민족이 그토록 보존하고 전수하고자 했던 미풍양식이 깡그리 무너져 내리는 듯하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말해왔던 것들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단어, 바로 상부상조다. 농경사회의 대표적인 상부상조는 두레, 품앗이로 함께하는 마을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는 이웃집 숟가락 젓가락 수를 다 헤아릴 정도였다.

이러한 마을공동체에서는 동네에서 함께 살던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면 마을 구성원들이 내일처럼 나서서 도와주며 슬픔을 함께 나누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내 집에 경사가 난 듯이 춤을 덩실덩실 추며 함께 기뻐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절이 어저께 같은데 이제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있다.

아마도 주거형태의 변화가 이 같은 형국을 낳았는지 모른다. 아파트 문화는 갈수록 폐쇄적으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나만 편하면 되고 간섭을 받기를 싫어한다. 이 같은 이기심이 지역 상권은 돌아보지 않고 내 배만 불리면 된다는 홈플러스 사태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홈플러스는 영업시간을 24시간 체제로 바꾸고 자회사격인 슈퍼슈퍼마켓(SSM)을 통해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까지 가세했지만 대형마트의 편리성 때문에 여전히 소비행위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대화에 나서지 않던 대형마트 운영진이 중소기업청의 SSM의 사업조정 권한이 해당지역의 자치단체장인 도지사에게 인양된 상황에서 어떤 태도 변화를 보일지 지켜 볼 상황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동네 상권이 죽는다는 목소리에도 지역주민들이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 현수막을 내 걸고 주민 홍보를 목이 아프도록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저 외치는 자의 소리는 있어도 듣는 자는 없는 이상한 기류다.

이러한 현상을 필자는 생활상의 변화에서도 찾아보았다. 혼자 벌어서는 살 수 없는 세상,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세상은 어느새 손쉽고 편리한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개인주의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재래시장 살리기 시민운동’은 맥없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주민들에게 대형마트를 가지 말라고 외치기보다 지역주민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주민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간단한 이유는 바로 편리성 때문이다. 재래시장 자영업자들이 고도의 편리성을 극복할 수는 없다. 대신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친절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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