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 문학제, 보훈단체 반발로 지역참여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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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문학제, 보훈단체 반발로 지역참여 무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8.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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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 올해 지원금 ‘제로’, 모금통해 행사 꾸려야 할 처지
‘임꺽정(林巨正)’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가 고향에서는 여전히 찬밥신세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제14회 홍명희 문학제가 괴산군과 괴산지역민 참여를 유도했지만 결국 일부 보훈단체들의 반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열린 홍명희 문학제는 한국작가회의와 충북민예총 주최,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와 사계절출판사 주관 등 외부단체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는 홍명희문학제가 괴산군 및 지역민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보훈단체의 반발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사진은 지난해 홍명희 문학제 때 주최측이 생가에서 설명회를 갖는 모습이다.
올해는 괴산문화원이 나서 홍명희문학제가 괴산군민의 주도적인 참여가 배제된 채 외부단체에 의해 추진돼 아쉽다는 지역여론에 따라 벽초의 사상문제를 제기해 온 보훈단체와 행사주최 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합의점을 모색했다. 따라서 해방 직후 월북해 북한 초대내각 부수상 등을 지낸 벽초의 사상 등 공과(功過)를 함께 다루는 쪽으로 의견의 접근을 봤지만, 보훈단체들이 예산심의를 하루 앞두고 반기를 들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괴산군은 홍명희 문학제와 관련해 1000만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이는 지역 참여 무산뿐만 아니라 주최측인 충북작가회의에게는 ‘예산 없이’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충북작가회의 김희식 회원은 “괴산군, 문화원, 작가회의의 공동주체라는 합의까지 돌출했지만 결렬돼 아쉬움을 남긴다”며 “지역에서 오히려 홍명희 브랜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최측은 해마다 중앙문예진흥지금을 1000만원씩 받았지만 올해는 괴산군이 예산지원을 계획했기 때문에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다. 김희식 회원은 “예산이 없다고 행사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세미나, 공연, 소설읽기, 홍명희 생가 및 문학비 답사 등이 예년처럼 진행되고, 비용은 모금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4년째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가 외부 단체 참여로만 진행되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에도 월북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벽초의 행적(過)을 문학제에서 상세히 소개해야 한다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한 보수단체와 벽초의 좌파적 행적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킨다면 문학제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행사주체 측 사이에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주최측과 지역보훈단체들의 갈등은 이미 여러 차례 벌어졌다. 지역문화재로 지정돼 원형이 복원된 홍명희 생가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 ‘홍범식 생가’로 지정될 수밖에 없었고, 지난해에는 ‘벽초문학상’ 제정이 좌절됐다. 또한 문학비 건립과 관련해 마찰이 일어 충북작가회의는 문학비 뒤에 벽초 홍명희의 월북과 6.25전쟁 때 부주석을 지낸 사실을 다시 새겨넣어야만 했다.

이처럼 괴산지역에서는 그의 사상문제가 여전한 숙제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괴산군은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소재로 지역축제를 벌이고, 초입에 조형물을 세우는 등 콘텐츠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일부 지역보훈단체의 반발로 14년째 예산 및 행사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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