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극 ‘현해탄은 알고 있다’ 등 장편 100편 남겨

충북이 낳은 원로 극작가 한운사씨가 11일 오전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괴산군 청안면에서 태어나 청주상고를 졸업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불문과 재학 중 방송작가로 데뷔해 195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라디오와 TV, 영화를 넘나들며 맹활약했다. 

한국일보 기자로도 필봉을 뽐냈던 고인은 대본과 시나리오, 소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장편만 100편이 넘게 썼다. 대표작은 라디오 드라마 ‘현해탄은 알고 있다’로 방송 시간이 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라디오가 있는 전파사 앞으로 모여들어 귀를 기울였을 정도였다. ‘이 생명 다하도록’ ‘아낌없이 주련다’ ‘남과 북’ ‘서울이여 안녕’ ‘빨간 마후라’ ‘레만호에 지다’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1964년 집필해 1965년 영화화된 ‘남과 북’은 그에게 청룡상과 대종상 각본상을 안겨줬다. 새마을운동 주제가인 ‘잘살아 보세’를 비롯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빨간 마후라’ 등 노래 가사도 여러 편 남겼다.

고인은 국내 방송작가의 1세대로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다섯 차례나 맡았고, 최근까지 이 협회의 고문 자리를 유지해 왔다. 또 한국펜클럽 대표, 한국방송공사 이사, 한일친선협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등으로도 활동했으며, 2002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 의해 ‘방송인 명예의전당’에 헌정됐다.

고인의 장례는 14일 한국방송작가협회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이연순씨와 만원(한도시건축 대표) 도원(락킹햄투자 대표) 중원(재일사업가) 상원(호원대 교수)씨 등 네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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