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가 대구·경북의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단지로 결정됐습니다. 어쩌면 통째로 대구·경북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충북 오송을 끼워 넣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듯 정부가 말하는 자기모순의 논리가 참 억지스럽고, 그나마 하며 안도하고 자위하는 모습도 안쓰럽습니다.

어쩌면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정치적 생명을 걸다시피 올인하지 않았다면 반쪽이나마 건져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하기에 정 지사를 정점으로 한 관계공무원들과 유치위원회, 전문가그룹의 세심하고 치밀한 노력과 앞장서서 도민의 성원을 이끌어낸 시민사회단체 등 15년 적공의 사활을 건 투쟁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성과조차도 올리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러하기에 이번 첨복단지 유치에 헌신한 여러분의 공로를 높이 치하하는 데 인색할 이는 없을 줄 압니다. 동시에 오송 입지를 자신했던 최일선에서 고생하신 분들은 다 잡은 '첨복'이 반토막이 나버린 데 대해 분통하고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할 것입니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어제 충청타임즈 1면 머리기사는 <충북은 '실력' 대구는 '힘'>이란 제목을 뽑았습니다. TV는 온통 환영일색인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똑같이 선정된 두 곳 중 대구지역의 분위기와 충북의 분위기는 그 온도차가 확연하게 달랐음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왜, 환영의 열기가 달랐는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 아닙니까. 한 쪽은 힘으로 끌어당겼으니 반이나마 반가울 것은 자명한 일이고, 또 앞으로 하기 나름으로 실질적으로 다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찍부터, 남들이 미처 착안하기 이전에 외골수로 바이오산업을 추진해 온 모범생은 자신의 성적표를 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환영일색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조선 말 정치사회가 부패했을 때, 과거 시험장에 책을 끼고 들어가거나 시험문제를 미리 알아내는 등 온갖 부정행위가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문벌의 고하와 당파의 소속에 따라 급제와 낙제가 결정되는 등 권위가 땅에 떨어져 폐지론이 대두된 적도 있습니다만, 이번 첨복단지 시험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옛날보다 한술 더 떠서 아예 장원급제자를 미리 내정하고 그에 맞춰 출제를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상상력의 비약일까요. 15년동안 한눈팔지 않고 전념해 모범단안을 작성한 이는 차석이고, 사업이네 뭐네 하다가 실패하고 뒤늦게 뛰어 든 이는 장원급제라니 이래서야 대과(大科)의 권위가 서겠습니까.

하여 우리 시민사회는, 정부가 시험문제와 성적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출제의 적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충북 오송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역이 승복을 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이러한 데 있다고 봅니다.

한결같이 지역정서니, 정치논리니 하며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또 있습니다. 당초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 복합(複合)단지라는 명칭이 상징하는 것처럼 집적(集積)효과를 강조하다가 막판에 분산배치로 선회한 것이나, 평가단과 대상을 둘로 나누어 진행한 것 등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이러한 의혹들이 모두 풀리거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을 때까지 우리는 '환영 현수막'을 걸 수 없습니다. 하여 성급한 마음에 내건 환영 현수막을 내려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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