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연극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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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연극이 고프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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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연극영화과 01학번의 신입생환영공연 이만희 작 ‘불좀 꺼주세요’

3월 10일부터 청주대 연극영화과 소극장에서 열려
20살. 어른들의 필요에 따라 때론 어른도 아이도 되는 고무줄같은 나이, 그게 싫어서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랬던 나이. 넘치는 에너지만 있을뿐 돈도 없고 자유도 없어 고민했던 그때, 제발 신나는 일이 일어나기만을 막연히 상상했었다…
그러나 20살, 그 나이 앞에 붙는 수식어들은 화려하기만 하다. 꿈, 시작, 변신, 첫사랑, 언뜻 생각나는 단어들이 퍽이나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20살과 연극의 만남은 어떨까?
20살의 마지막을 연습실에서 정말 ‘연극만 하며’ 보낸이들이 있다. 청주대 연극영화과 01학번 15명의 학생들. 이들은 ‘청대연극영화과 115회 실습공연 및 신입생 환영공연’을 위해 방학을 기꺼이 반납하고 두달넘게 연습을 해왔다. 공휴일에도 집에 한번 내려가지 않고 내내 연습을 했다. 또 공연 한달전부터는 오후 1시부터 12시까지 연습시간을 늘렸다.
이렇게 준비해온 연극은 이만희씨의 ‘불 좀 꺼주세요’. ‘신입생 환영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오는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청주대 연극영화과 소극장에서 일요일에는 5시, 평일에는 7시에 무대에 올린다.

공연준비 “이상무 !”

3월 5일 7시. 개강첫날 수업을 마치고 이들은 어김없이 연습실인 소극장으로 다시 모였다. 공연을 얼마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이 한창이기 때문. 오자마자 이들은 분주히 무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장판을 날르는 사이 한쪽에선 삼삼오오 대걸레를 밀기 시작했고 세트와 조명을 설치했다. 노동을 꽤 요하는 작업을 숙련 공처럼 익숙하게 진행했다.
사실 연극을 한편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와 스텝들의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 조명, 음향, 무대감독, 배우, 연출자, 기획자로 스텝 5명과 배우 10명으로 구성된 연영과 학생들은 두달넘게 한솥밥 먹으며 연습 한 탓인지 보기만해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이번 연극 ‘불좀 꺼주세요’는 분신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나의 또다른 ‘분신’이 등장하여 인간내면의 이중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밀하고 재미있다.
예를들어 남녀가 풍경좋은 곳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치자. 주인공들이 눈은 서로를 다정히 바라보고 있지만, 머리속에 일어나는 딴 생각들을 분신들이 등장해서 관객에게 알려주고 있는 형식이다. 이렇게 각각 남녀 주인공에겐 2명의 분신들이 등장한다.

잊지못할 스무살의 겨울나기

주인공의 분신1, 비서, 부인 역할을 맡은 윤성자(21)씨는 이번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선다고 했다. 공연준비기간 동안 어떻게 보냈냐는 질문에 “연습하면서 분신들간의 호흡이 맞처지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았는데 특히 친구들이 얼마전 생일날 에 열어준 깜짝 파티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이어 “아! 그리고 종현이가 해주는 음식이요, 닭도리탕하며 김치찌개까지 정말 예술이다.”라고 쉼없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생기있게 느껴졌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주위에선 종현이 음식은 정말 “짱!”이라며 감탄사와 열렬한 호응이 이어졌다.
정작 한종현씨(22)는 “그냥 별거 없어요. 대충대충하는 데 아무래도 신이 내린 것 같아요”라며 장난스레 받아 넘긴다. 광주에 있는 극단에서 연극을 하다 1년늦게 입학했다는 그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운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02학번이 호흡을 맞추는 연극이니 만큼 더욱 애정도 깊다”고 말했다.
사실 돈이 넉넉지 않는 대학생들이 매번 밥을 사먹을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두들 외지에서 온지라 끼니 걱정이 더욱 여의치 않았는데 이때 종현씨가 보여준 요리솜씨는 이들을 충분히 감동시켰다.
또한 연습기간내에 생일을 맞은 3명의 친구들에겐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생일파티를 열어주기도 하고, 토요일마다 서울로 연극을 보러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줄줄히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가 지루하지 않다.
이번 겨울 신입생환영공연을 위해 자비를 털고 스폰서를 구하며 어렵게 연극을 준비해 나갔지만 그들의 20살 겨울은 친구들이 있어, 연극이 있어 더욱 따뜻했다.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나자 늦은 시간임에도 무대에 올라선 그들의 연습은 오늘도 계속됐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을 맡은 이종서(22)씨는 연영과 01학번으로 선배이자 총 책임자이다. 외부공연과 달리 학교공연은 정해진 인원과 팀원들의 눈높이을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워보인다. 그래서인지 무대에서 상황을 지시하는 그의 목소리는 제법 힘이 들어가 있다. 이번 연극 ‘불좀꺼주세요’를 직접 고른 것도 이씨 자신. 그 이유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으면서 흥미와 재미를 동시에 주고 싶었고 또한 ‘분신극’이 주는 매력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힌다.
또한 “소위 연극하는 사람들,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자신안에 갇혀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관객들이 숨을 쉴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조심스레 예술에 대한 생각도 내놓는다. 이어 “열심히 준비한 우리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여 같이 연극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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