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튀 응업 충북대 국문과 대학원생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과 베트남은 공통점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막상 한국에 와서 생활해 보니까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감나 신기하면서도 반갑다.

첫째는 날씨에 관한 것이다. 베트남 사람한테 온대나라인 한국은 일 년 내내 왠지 추울 것 같고, 길에 눈과 얼음이 잔득 쌓여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와 보니까 한국도 내가 태어나서 20년 넘게 살았던 내 고향이자 베트남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하노이와 똑같이 사계절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더욱 더 신기한 것은 온도의 차이만 있지 날씨의 상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주가 추우면 하노이도 춥고, 청주가 더우면 하노이도 덥고, 청주 날이 흐리고 구름이 많으면 하노이에도 날이 흐릿흐릿하며 청주에 비가 오면 하노이에도 비가 온다. 특히 올 여름에 열대 현상으로 인하여 청주에 35도, 심지어 그 이상인 날이 많아 가끔 내가 지금 하노이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까지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 만큼 요즘의 한국 날씨가 베트남 날씨 못지않게 더워지고 있다.

둘째는 어른들을 공경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유교사상을 중요시하여 어른들을 공경한다는 점은 공통점 중 눈에 띄게 두드러진 것이다. 베트남에는 ‘경로득수(敬老得壽)’라는 속담이 있다. 즉 ‘나이 많은 어른들을 공경하면 장수하게 된다’라는 뜻이다. 한국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이것이 바로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는 대접한다’라는 속담이다. 그만큼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경로사상에 대해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것은 식사할 때에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밥상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먼저 들어야만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는다. 그리고 베트남은 식사를 하기 전에 어린 사람이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는 인사를 나이 많은 어른들한테 순서대로 하고 나서야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어른들을 공경하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한국은 서열보다 나이가 먼저이고, 베트남은 나이보다 서열이 먼저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딸이 있고, 내 동생은 아들이 있다. 동생 아들이 우리 딸보다 5일 먼저 태어났다. 먼저 태어났다고 해도 5일 뿐인데도 한국 같으면 우리 딸이 무조건 동생 아들을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우리 딸이 동생 아들의 서열보다 위이니까 동생 아들이 우리 딸을 ‘누나’라고 불러야 한다. 결혼을 하고 처음에 이런 것을 몰라 서열만 따지고 호칭을 했던 내가 난처했던 적도 있다.

그 다음 공통점이 바로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정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나 시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정이 많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학 시절에 우리 친구와 같은 유학생들은 선·후배한테서 뿐만 아니라 교수님한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도 경제적인 도움 외에 따뜻한 위로나 격려와 같은 정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아줌마나 할머니들은 하나를 사면 덤으로 더 주니까 베트남의 정겨운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또한 정을 한번 주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도 두 나라의 공통점이다.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은 문화의 아름다움이자 매력이 아닌가 싶다. 차이가 있어도 이런 공통점이 많이 있어 타국에서 생활해도 나는 친근감과 따뜻함을 많이 느낀다. 이런 친근감과 따뜻함이 있기에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힘든 날보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날이 더 많아지리라 믿으며 오늘도 한국에서의 생활을 힘차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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