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세종시 편입반대는 ’소탐대실‘ 여론도 높아
“오히려 공공기관 변경고시와 특별자치시 위상 주장해야”

세종시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참여정부 때 지방살리기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던 세종시가 최악의 형태로 쪼그라 들어가고 있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두고봐야 알지만 현재로서는 골칫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청원군 강내·부용면이 세종시 편입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충남만의 세종시가 될 우려가 높자 모 씨는 “결혼 앞두고 혼수문제로 다투다 파혼한 격”이라고 표현했다.

▲ 대전 충남 충북 3개 시,도주민 3000여명은 지난 3월 26일 대전역광장에 모여 '행정도시 정상추진 및 지방살리기 범국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충북은 이 날 세종시 중단 음모 비판과 공공기관 변경고시를 요구했다. 충북은 큰 틀에서 세종시를 바라봐야 한다.
그는 “신랑감은 괜찮았는데 혼수를 더 해와라, 싫다 하면서 밀고 당기다 결국은 신랑 신부가 돌아서고 말았다. 그러나 누가 손해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결혼해서 잘 살면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좋은 일이 많을텐데”라고 말했다. 신랑·신부는 세종시 편입·주변지역인 충남 연기·공주지역과 충북 청원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파혼을 선언하면서 현재 세종시는 충북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겉으로는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편입 찬·반의견을 물으라는 것이지만, 청원군과 군의회는 ‘편입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애매한 특별시’가 반대 단초 제공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으로 행정수도 건설을 들고 나왔을 때 대전·충남·충북은 환호했다. 지난 2004년 8월 12일 정부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충남 연기·공주지역을 결정했다. 당시 충북은 예정지에 한 치의 땅도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못내 서운해 하면서도 인접해 있어 충북이 배후지역으로 큰 역할을 할뿐 아니라 지역발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행정수도 복수후보지로 충북 진천과 음성지역이 선정되면서 도민들은 한동안 행정수도가 충북으로 올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는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변경된다. 그 후 세종시라는 이름을 갖게 됐지만, 참여정부 때 세종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해 법적 지위와 관할구역은 계속해서 시비거리가 돼왔다. 명칭은 세종특별자치시라고 하지만 법적 권한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기 때문. “지방자치단체 사무 중 세종특별자치시가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가 인정하는 사무는 그 결정에 따른다”는 문구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은 위원회에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결정하라는 얘기다. 이는 곧 확실한 정부직할특별시로서의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정부가 금년 상반기까지 정부기관 이전 변경고시를 하기로 하고 어떤 행동조차 취하지 않은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의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내려온다는 보장도 없고, 특별시로서의 기능을 확실하게 부여한 것도 아니어서 기초지자체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충북도는 “기초지자체 성격이 강한 세종시에 들어간들 땅과 인구만 뺏기고 말 것“이라며 청원군의 세종시 편입을 반대했다.

김재욱 청원군수 역시 “세종시가 정부직할특별시가 아닌 일개 지자체라는 것과 중심지역이 아닌 주변지역으로 규제만 심해질 것이며, 전체인구 50만명 중 고작 1만명 정도라 소외될 것이 뻔하다는 것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설명하면서 김 군수는 “청원군이 세종시 편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청원시 승격을 위한 인구지키기라는 언론 보도는 음해하려는 세력들의 모함”이라고 한 마디 덧붙였다. 실제 이렇게 보는 시각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제 때 이완용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세종시는 원안대로 건설돼야 하고, 충북은 국가균형발전정책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청원군이 편입되지 않을 경우 세종시는 우려대로 충남의 기초지자체 역할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익명의 모 인사는 “그렇게 되면 충청권의 문제가 충남의 문제로 축소돼 세종시를 무력화시키려는 정치권에서는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세종시로 인한 파급효과를 기대했던 충북에서는 아무런 주장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소탐대실’이 아닐까 한다”면서 “오히려 충북은 정부에 공공기관 변경고시를 하루빨리 하라고 요구하고 정부직할특별시로서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2조 1항에서 ‘특별자치시는 광역지자체’라고 못박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군은 “우리가 대대손손 내려온 땅을 세종시에 빼앗긴다면 일제시대에 우리 땅을 일본에 내준 이완용과 다를 바 없다”며 8000여명의 인구와 33.42제곱킬로미터의 땅, 연 300억원의 교부세 감소를 걱정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세종시 건설에 협조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런 점에서 충북도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함에도 행정안전위 법안소위에서 세종시설치법을 기습 처리하자 여론에 밀려 청원군 세종시 편입반대를 주장했다. 도는 지난 2007년 6월 행자부에 편입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라는 공식의견을 냈으나, 세종시를 제대로 건설하고 이에 대한 열매를 따먹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도내 민주당 국회의원들 역시 충북이 세종시로 인한 이익을 가져오려면 청원군이 편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면서 청원군의 강력한 반대에 눌려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28일 민주당 의원들은 기초단체로 출범하는 세종시를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 청원군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라는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세종시를 충남이 독차지하게 해서는 안된다. 충북지역도 편입돼서 세종시가 잘 가도록 정부에 세밀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 충북은 앞으로 공공기관 변경고시와 세종시가 정부직할특별시로서의 위상을 갖도록 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어쨌든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고 충남만의 기초지자체로 축소되는 것은 충북으로서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다. 또한 최악의 세종시를 만드는 꼴이다. 이렇게 될 경우 청주국제공항을 세종시 관문공항으로 육성하고 오송분기역을 세종시 관문역으로 개발하는 한편 세종시~오송 등 6개 노선의 광역교통 개선을 바라는 충북이 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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