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채권단 이견으로 합의 과정 다소 진통
M&A 이후 법인승계 여부가 최대 관건

지난해 청주시에 의해 대농부지 개발계획안이 발표됐을 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반응은 “제3자가 대대적인 ‘수혈’(자금투입)을 해주지 않는 한 대농이 이런 수준의 방안만으로 근본적인 회생책을 마련하긴 힘들 것”이란 평가였다. 모기업인 미도파 백화점의 부실로 동반추락,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금에 이르고 있는 대농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 연 2500억원에 달하는 방직 및 방적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매년 원금 500억원과 이자 200억원 등 700억원에 이르는 부채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농을 인수합병(M&A)하겠다고 지난 4월 나선 신안의 등장은 비상한 관심을 촉발했다. 신안의 등장은 말할 것도 없이 청주시가 대농 청주공장 부지 개발 계획안이라는 결단을 통해 투자 유인책을 열어 놓은 결과였다.
어쨌거나 그 이후 인수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걸까.

인수조건은 무엇인가
대농은 “신안에서 인수가격으로 1170억원을 제시한 상태이고 법원이 이를 승인함으로써 기술적으로 인수금액은 이 가격에서 확정된 상태”라며 “대농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면 성사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합병안이 확정되려면 채권단의 75%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6400억원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채권자들은 신안이 내놓을 1170억원을 나눠 갖는 선에서 만족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대농은 “채권단간 내부조율을 위한 조정기간으로 6개월이 주어진 만큼 올 10월말까지는 결론이 나야한다”며 “회사가 안고 있는 잔존부채가 워낙 큰 데다 현재의 영업이익으로는 뚜렷한 돌파구를 기대할 수 없어 종국에는 채권단이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채권단도 제3자 매각을 통한 정상화 방안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연장선에서 신안보다 나은 대안을 현실적으로 발견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농 서울 본사의 유시진 재경부장은 “조정이 제때 안될 경우 1∼2개월 지연되는 상황을 고려해도 올해 안으로는 판가름 날 전망”이라며 “채권단의 70% 가량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채권기관들이 “인수가격이 낮다”며 난색을 표명,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지만, 대농 청주공장 측은 “대세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농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할 때 부동의시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을 채권단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부연설명도 따랐다.
신안이 대농을 인수합병한 후 방직업을 계속 승계할 것 인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대농 측은 “M&A는 인수대상 법인의 자산과 부채 영업권 등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 “지난 1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공장이전 부지 물색에 나섰던 것은 무엇을 뜻하겠느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청주시는 대농이 청주(또는 충북)를 떠나지 않는 조건으로 도시계획변경을 결정했고, 이것은 곧 대농이 방직업을 계속 영위한다는 대전제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농의 대다수 종업원들은 그들의 새주인이 될 신안을 아직 전폭적으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은 “관련법률에 따르면 인수합병후 1년간만 업종을 유지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M&A뒤 1년이 지난 ‘그 이후’에도 대농이란 간판 아래에서 대농인으로 남아 방직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을 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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