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재(직지포럼대표)

소위 말하는 재신임 정국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더 이상 정치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신임 정국, 국민투표 논란을 의외로 쉽게 종결지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재신임 정국의 발단은 정치부패와 이로 인한 정경유착에서 촉발된 것이다. 대통령은 측근의 비리문제로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고, 대통령과 측근의 부패는 탄핵대상이라는 주장이 다 부패한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근원적으로 부패를 차단할 정치개혁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이미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 대표는 국회연설에서 해법을 내놓았다. 이미 답은 나와 있는데 엉뚱한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먼저, 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치개혁과 관련하여, 선거제도를 고쳐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자금을 투명화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합법적인 정치비용은 현실에 맞게 올리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하며,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를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깨끗한 정치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혁으로서, 내년 국회의원선거부터 완전공영제 실시, 선거사범 단심제 도입으로 선거사범 즉각 퇴출, 후원회제도 전면쇄신으로 기부한도 300만원이하, 정치자금 단일계좌만사용, 수표나 카드사용 의무화, 입출금내역 선관위 확인 등 발가벗는(?) 정치개혁방안을 여야가 합의하여 11월말까지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도 현실인식이나 정치개혁안은 지역구도 개편 관련 선거제도 외에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 문제마저도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최근 충북참여연대가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의외로 한나라당 출신 4명 중 3명이 중선거구제를 찬성하고 있으며, 전체의원들의 개혁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재신임이니 국민투표니, 하자 말자 이랬다 저랬다 온 나라를 술렁이게 만드는가? 소모적 정쟁에 쏟는 정력을 개혁입법을 합의 도출해내는데 쓴다면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도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투표를 하기 싫으면 말 그대로 즉각 정치개혁에 착수, 11월말까지 하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최 대표의 정치개혁안이 소속의원들의 합의와 실천의지가 전제된 것이라 볼 수 없는데 있다. 설혹 최 대표의 개혁의지가 확고한 것이더라도, 의원직사퇴라는 의원 개개인의 문제가 직접 걸린 문제가 의원총회에서 거부되는 저간의 사정을 보면 정치개혁 주장은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기에 같은 날, 정치개혁연대가 이번에는 정치관계법 개정 ‘맨투맨 운동’을 천명했다. 정치개혁연대는, 정치부패로 말미암아 마침내 현직 대통령이 국민에게 재 신임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정치부패 척결, 대선·총선자금 전면공개, 불법 정치자금 사건 철저한 수사, 정치개혁안 수용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치개혁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는 이후 총선에서 유권자 운동의 주요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들이 당론 뒤에 숨는 것을 묵과하지 않고 개개인의 소신과 판단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 압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국회 스스로 정치개혁의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지 않고, 시민단체 등의 줄기찬 요청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각 단체 활동가들이 국회의원들을 한 명씩 마크하며 법개정 수용을 금년 11월까지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유권자 운동의 방법이 다양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전담마크는 자연스럽게 낙선운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주목되고 있다. 국회의원 각자가 스스로 기득권을 버려야 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나 ‘정치관계법 개정 맨투맨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면 더 이상 당론 뒤에 숨어서 딴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번에도 정치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말싸움으로만 그치고 만다면 이제는 시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것은 개혁입법에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을 가려내어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