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식품 대표 잠적, 직원 50여명 임금·퇴직금 떼일 위기
경영악화, 체불임금 등 체당금 제도에 한가닥 기대 걸어

경영악화로 문 닫는 공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된서리 맞은 배추처럼 금융된서리로 김치공장도 문을 닫았다. 직원들에게 휴가 잘 다녀오라던 업주가 야반도주하여 50여명의 직원들이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잠적한 업주보다 60대 할머니 사원이 대부분인 생산직원들의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더 걱정이다.

▲ 휴가 다녀오면 밀린 월급을 통장으로 넣어주겠다던 사장이 잠적한 J식품. 기업은행은 20억여원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지 못해 연체되었다며 회사 곳곳에 압류딱지를 붙여놓고 경비를 세우는 등 회사를 점거했다.
음성 금왕읍에 소재한 J식품 직원들은 때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업주는 7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회사 전 직원이 동시에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인 지난 15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충주에서 출근하는 직원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를 타고 업무시작 시간인 9시가 되기 전 8시3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

간만에 출근하는 50여명의 직원들이 각자의 부서로 찾아 들어갔다. 생산부에서 근무하는 A씨는 “15일 출근을 해보니 텅 비어있었다”고 당시를 돌이켜 말했다. A씨는 이미 2개월치 급여가 밀렸다. 퇴직금도 못 받았다. 휴가가기 전 13일이면 밀린 2개월치 급여를 통장에 넣어주겠다는 A사장의 다짐을 받았는데 휴가기간 중인 13일 통장을 확인해 보니 급여가 들어오지 않아 15일 출근하면 따지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근을 해보니 사장이 야반도주를 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관리직 직원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15일 배추가 한차 들어오기로 했고, 16일부터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이날 들어오는 배추를 세척해서 소금에 절여놓아야 했다. 예정대로 들어올 배추가 들어오지 않자, 총괄업무를 맡고 있던 실장과 사장의 아들인 차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 두절이었고, A사장에게도 연락을 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휴가를 다녀온 사이 사장과 실장, 차장 등 이 세 명이 동시에 행방이 묘연해 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어느 날 갑자기 실직자가 된 직원들은 황당해 아직까지 어리둥절한 상태이다.

생산직 60대 여직원은 잠적한 사장 ‘두둔’
그러나 생산직 직원들은 의외로 태연하다. 이들은 사실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한다. 생산직 직원들 대부분이 60대 중반 여성이다. 이들은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걱정이 되긴 해도 실직에 대한 걱정은 없어 보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를 내팽개 치고 달아난 A사장을 나무라지 않았다. “우리 사장님은 좋은 분이셨다”며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급여가 조금 밀려도 우리들 보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우리를 달랬다고 한다. 평상시 편하게 대해주었고, 나이 먹은 노인들이라 어쩔 수 없이 동작이 느릴 수밖에 없는데도 봐주었다고 사장을 감쌌다.

나이를 먹어 몸이 불편한 직원도 있었는데도 A 씨는 “여기서 나가면 어디를 다닐 수 있겠냐”며 “여기서 계속 다니시라고 나이 드신 분들을 걱정해줬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급여가 밀려도 욕도 못 하겠다”며 “오히려 그 분이 더 안됐다”며 되레 걱정을 해줬다. “오죽했으면 야반도주를 했겠냐”며 “가슴이 더 아프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적한 사장을 감싸는 생산직 대부분 직원들의 연령대는 60대 중반의 할머니들이다. 일당 3만원을 조금 넘기는 최저임금수준이며, 야간근무를 해야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들이다.

임금체불, 체당금제도로 구제 기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15일부터 이틀이 지난 17일까지 A사장을 비롯한 실장, 차장 등과 연락이 닿질 않자, J식품 50여명의 직원들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내용은 임금체불이다. 아직 도산한 것도 아니고, 폐업한 것도 아니어서 달리 체불임금을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에 대한 진정서를 받은 노동부는 “이미 피해자 출석을 요구한 상태이고, 피해사실이 파악 되는대로 피진정인에 대한 소재 파악을 시작으로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불임금을 업주로부터 받기는 힘들지만 이들을 구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임금채권 보장법에 체당금제도라는 것이 있다.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분의 퇴직금을 법이 정하는 요건에 합당한 경우 국가에서 대신 지급하는 제도이다.

회사가 도산했을 경우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체당금을 받으려면 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J식품 직원들은 노동부로부터 임금채권이 있음을 증명해주는 서류인 체불금품확인원을 받고, 도산 등 사실인정 신청을 하면 회사 폐업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노동부가 조사를 벌여 사업주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능력여부를 판단해 없다고 판단될 때 실질 폐업을 확인해 주게 된다.
실질 폐업이 인정되면 체당금 신청을 할 수 있고, 적절한 체당금인지 노동부가 적격 심사를 하여 적격일 경우 근로자 통장으로 정부가 임금을 넣어주게 된다.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도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체당금제도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된서리로 김치공장도 문닫아
수입산 김치파동으로 들썩이던 2006년 12월 J식품은 식약청으로부터 HACCP(위해요소중점관기준) 인증을 획득하면서 중소기업 김치부문 최초 HACCP 인증업체로 주목 받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됐다.

하루 40톤(포기김치 기준)의 생산규모로 100억여원대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업소용 김치사업에서 직영점, 가정용 전문직영점, 외식업체, 대기업 OEM 생산 등으로 거래처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던 J식품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와 함께 경영에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J식품는 동원F&B의 OEM 생산업체였다. 생산은 J식품에서 하고 동원F&B 포장을 해서 나가는 식이었다. 동원F&B 관계자는 “J식품과는 3~4년 동안 거래를 해왔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만 해도 연간 16억원 정도 납품했으며, 매월 1억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 회사와 거래를 끊게 된 것은 단가를 못 맞춰서 못 하겠다”며 “납품단가가 안 맞아서 거래가 어려웠는데 다른 업체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는 줄만 알았지 회사 경영이 어려운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동원F&B에게도 7월에 공장 바닥공사가 있어 6월까지만 거래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거래처에 현금 현금결재만 하던 건실한 기업이었는데 올 봄 경제한파와 함께 배추값이 크게 오르면서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에 큰 어려움이 불어 닥친 것으로 판단된다.

바닥공사를 핑계로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거래처에게는 잠시 휴업한다고 속여 9일간의 휴가기간 동안 돈 되는 것은 팔고, 주요서류를 전부 챙겨 달아난 것이라고 채무자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한편, 현재는 J식품에 20억원을 대출해준 기업은행이 동산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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