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금인데 옥쇄 안 가져오나…법적 대응할 터”
“관선이사만 안 들어와도 되는데, 어부지리로 승리”

진보적 관점이 분명한 역사학자로 1998년 최완배 전 이사장 퇴출에 앞장서며 서원대 교수회의 핵심으로 떠오른 뒤 2000~2003년 총장까지 역임했던 김정기 교수가 제주교대 총장, 제주대 부총장을 거쳐 지난 5월 다시 총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범대위 등 대다수의 학내 구성원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김 총장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역사교육과 교수들도 ‘총장병(總長病)’이라는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가며 김 총장의 학내 진입을 저지할 태세다. 현재 서원대 정문에는 역사교육과 교수 일동 명의로 김 총장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특유의 독설로 박인목 재단을 엄호하고 있다. 다만 김 총장은 취임의 변에서 “학교를 살리러 돌아왔을 뿐 박인목을 구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내 구성원들은 진정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은 박인목 재단에 대한 승인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를 설파했다. 교문 밖 총장의 거침없는 곡사포 사격은 이젠 다 끝났다는 식으로 득의만만했다.

크게 투자 못해도 빚은 가릴 이사장
20일 서울에 머물고 있다는 김 총장은 “관선이사만 안 들어와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범대위가 악수를 둬서 어려운 싸움을 이기게 됐다. 교과부에서 유출된 정보를 가지고 언론에 내보내고 신문에 광고까지 했다. 거기에다 여차하면 학교까지 폐쇄한다고 했으니 나도 깜짝 놀랐다”며 다소 들뜬 어조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 총장은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며 “교과부 자료가 범대위를 통해 유출된 것이 분명하다”고 단정 지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대이상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재단의 완전퇴출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김 총장은 “핵심은 박 전 이사장이 돈 안 먹고 친인척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사장까지 몰아내기에는 교과부가 버거웠을 것이다. 교과부가 재산에 대한 조사와 법조항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거쳐서 크게 투자는 못해도 빚은 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회계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친인척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비춰볼 때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교육용 기본재산의 용도변경, 토지보상금 임의 사용, 대학수익금의 법인 관리 등 회계부정과 관련해 최근 20억원을 변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은 예치금을 부풀린 거짓통장을 제시해 이사회를 속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6월25일 징역 2년6월을 구형받았으며, 8월11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 총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월급 미지급 등 학교행정 파행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총장은 “월급은 밑에 장난을 쳐서 다소 착오가 있었지만 당일 오후 5시에 모두 지급됐다. 총장 직인을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차질이 많다. 내가 임금인데 옥쇄를 가져오라고 해도 안 가져오니 법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2년 서원대 학내분규 일지>

■2007년
-5월23일: 교수회, 박인목 이사장과 손문호 총장 상대 검찰에 진정서 제출(사기와 업무상 횡령 및 배임)
-8월6일: 흥덕경찰서, 이사장 비리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내사종결. 
-12월15일: 총장 초빙공모 결과 최경수 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선임.
-12월20일: 교수회, 박인목 이사장과 손문호 총장 검찰에 고소(업무상 횡령과 배임 및 근로기준법위반 혐의)

■2008년
-2월14일: 흥덕경찰서, 교비횡령 등 진정 관련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2월19일: 교육부, 6월말까지 부채해결 등 촉구하며 이사장 승인취소 전제로 계고장 전달.
-3월3일: 총학생회, 재단부채 상환요구하며 이사장실 점거 농성 돌입.
-4월14일: 교수회, 최경수 총장 퇴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7월14일: 현대백화점, 서원학원 기준 채권 144억원을 67억원에 인수, 재단 인수 추진.
-9월4일: 흥덕경찰서, 박인목 이사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한 뒤 기소 의견, 검찰 송치.
-9월19일: 검찰, 박인목 이사장 업무상 횡령 혐의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소환조사.
-10월 초: 교과부, 부채해결 관련 10월 말까지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정상화 방안과 예치금 요구.
-10월12일: 청주지검, 박인목 이사장을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
-10월22일: 범대위, 손문호 전 총장 등이 비자금 조성해 이사장에게 전달했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
-11월5일: 흥덕경찰서, 교비횡령 등 자료 확보 위해 전산실, 문서창고 등 압수수색.
-11월26일: 이사회, 건강 등의 이유로 최경수 총장 사표 수리. 박상영 교무처장 대행체제.
-12월10일: 교과부, 종합감사반 23일까지 서원대 특별감사 돌입.
-12월15일: 흥덕경찰서, 비자금 조성 관련 손문호 전 총장 소환 조사.
-12월19일: 이사회, 송호열 신임 총장 임명했으나 22일 취임식 이전에 사퇴. 박인목 이사장 등 이사 4명 임기 만료.

■2009년
-2월10일: 흥덕경찰서, 손문호 전 총장 등 교비횡령 1억2000만원 확인하고 기소의견 검찰 송치. 박 전 이사장 횡령 건에 대해서는 무혐의 의견.
-3월12일: 현대백화점, 박 전 이사장 물러나고 협상에 응할 경우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
-4월8일: 검찰, 박인목 전 이사장 횡령 등 추가 기소. 손문호 전 총장, 김 모 전 행정지원처장 각각 업무상 횡령 혐의, 조명화 교수회 회장 등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
-4월29일: 교과부, 15일 이내에 종합감사결과 이행하지 않으면 박 전 이사장 등 이사진 8명 전원에 대한 승인 및 재승인 취소 계고 통보.
-5월18일: 이사회, 김정기 제주대 석좌교수 신임 총장 임명.
-6월9일: 교과부, 서원학원 재단에 대한 청문 절차 진행.
-6월18일: 현대백, 범대위 등 구성원들과 간담회 갖고 300억원대 부채 전액 해결 합의.
-6월25일: 박인목 전 이사장 예치금 통장 부풀린 혐의 불구속 재판 2년6월 구형. 8월11일 선고 예정.
-7월17일: 범대위, 이상기류 감지 강경대응 선언, 조선일보 광고 통해 외부 압력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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