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겨진 복지, 장기요양보험 시행으로 서비스 질 하락 우려
충주 노인 6%만 보험 혜택,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시각도 바뀌어야

최근 통계청이 인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및 한국의 인구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율은 2010년 11%를 넘어서고 2050년이 되면 38.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인구 피라미드 분포상 우리나라는 30~50대 중년층 인구가 가장 많은 종형분포를 보이고 있고, 2050년에 이르면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역삼각형분포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인구 비율은 감소하고 부양인구는 늘어나 사회 전반의 경쟁력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현카리타스노인복지센터 전경.
경제활동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를 나타내는 노인부양지수가 2050년에는 72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이러한 고령화가 가져올 사회 전반의 변화에 대한 예측도 준비도 되어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미리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하지만 대부분을 종교나 민간단체에 의존하는 등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투자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현카리타스노인복지센터(센터장 최정묵 신부)도 사회복지 시장화와 예산축소 등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노인의 6%만 장기요양보험 혜택
천주교회청주교구유지재단이 운영하는 지현카리타스노인복지센터는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국비 50%, 시·도비 50%의 지원을 받아 지난 7일 충주시 지현동 성당 뒤편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재가노인장기요양기관이다. 가정봉사원파견, 노인상담, 재가노인사례관리, 주야간보호, 단기호보 등 기존에 실시돼 오던 재가노인복지사업 및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서의 역할 외에도 재가시설네트워크 구축, 바우처 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하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으로 복지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예산축소 등으로 인해 본래 맡겨진 모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일반 노인복지센터와 별 차이없는 시설에 머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현카리타스는 주간보호 30명, 방문요양 100명, 단기보호 20명을 돌볼 수 있는 시설로 현재 요양보호사, 조리사 등 9명의 인력으로 12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최정묵 신부는 운영이 어려워도 질낮은 서비스를 초래하게 될 인력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인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서로 내 집 근처에 이런 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갈 계획이기도 하다.

노인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최정묵 신부
최 신부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장기요양보험 실시로 인해 기존에 가정봉사원파견사업과 같은 재가서비스를 받던 등급 외 노인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충주시의 65세 이상 노인은 6월말 현재 전체인구 20만8808명 중 13.7%에 해당하는 2만8616명으로 이중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은 1796명이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이 487명이다. 487명의 노인들이 적절한 보호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뒷방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실정이다.

‘노인요양시설은 혐오시설 아니야’
지현카리타스와 같은 공공시설의 보다 적극적인 노인복지사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비단 예산의 문제만이 아니다. 충주시 관내의 요양시설은 22개소 재가시설은 58개소로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지만 문제는 이들중 상당 부문이 사설운영시설이란 점이다. 이러한 사설운영기관들의 눈총이 따갑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노인복지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고충이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노인요양시설을 마치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사회의 잘못된 시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천주교재단이 충주시 앙성면 용대리에 짓기로 한 치매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주민반대에 부딪힌 일이다.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한 주민은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너무 가까이 있기에 위치를 조정해 달란 것이다. 또, 그동안 천주교 측이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고 장례행사를 치르는 등 너무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해 왔다”며 사회적 시선을 의식했다. 노인요양시설이 어린이집이라면 마을에서 보다 먼 곳에 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을까.

최정묵 신부는 치매노인들은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부모가 중병에 걸렸다면 자식들은 어찌하겠는가. 가장 좋은 병원, 가장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기 마련인데 치매에 걸린 부모를 대할 때는 그렇지 않다. 치매도 병일진대 이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노인들을 방치한다”. 지현카리타스에 머물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용모와 표정은 어느 노인들보다도 깨끗하고 밝았다. 이곳의 노인들은 환자복도 입지 않았고, 짜맞혀진 일정표에 따라 억지스런 운동도 하지 않았고, 퍼즐마추기도 하지 않는다. 평소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하고 싶을 때 운동을 하고, 하고 싶을 때 놀이를 한다.

고령화사회란 표현은 이제 고령사회로 수정되어야 한다. 베이비붐세대(1950대 후반~1970년대 중반)가 이제 서서히 은퇴를 하기 시작했고, 10여년이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노인인구는 증가한다. 이웃의 노인을 보살피고 노인복지시설을 새로 짓고 고령인구에 친화적인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를 갖추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해 주는 길, 그것이 바로 나를 위한 노후대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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