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협 전국노래자랑 악단장·유숭호 현대아산 대리

남북의 까막까치들이 놓았던 ‘통일의 오작교’가 단절된 채 1년여가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에서 발생한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인해 이튿날부터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년이 됐지만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부터는 개성공단마저 폐쇄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그동안 통일비용을 ‘퍼주기’로 간주해온 보수 세력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져가고 민간차원의 남북교류, 정치적 통로인 6자회담 등 모든 안전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금강산관광 중단 1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좀 더 유연성이 필요하다”(53%),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31.3%) 등 대북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84.3%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5.7%에 불과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조건과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절반(49.9%)이 ‘우선 북한과 재개협상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35.2%), ‘일단 재개 후 향후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15.3%)가 뒤를 이었다. 이 조사는 7월 6,7일 서울 및 6대 광역시 성인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통해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다.

국민 대다수가 그러하듯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간절히 기다리는 두 충북인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통일의 딩동댕’을 북녘 땅에서
KBS 전국노래자랑 30년 김인협 악단장

올해로 만 29년을 맞는 ‘KBS 전국노래자랑’의 간판스타는 국민 MC 송해(83)다. 그러나 전국노래자랑의 원조진행자는 ‘위키리’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가수 이한필씨고, 뽀빠이 이상룡, 아나운서 고광수, 최성규를 거쳐서 송해가 마이크를 잡은 건 21년에 불과(?)하다.

1981년 전국노래자랑 1회부터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른 터줏대감은 단 한 명뿐인데, 바로 전속악단을 이끄는 김인협(69) 악단장이다. 이름은 생소할 수 있지만 ‘약방의 감초’처럼 간혹 화면에 클로즈업돼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얼굴을 모르는 시청자는 없다. 그럼에도 그가 청주에서 태어나 석교초(10회), 주성중(4회), 청주고(31회)를 졸업한 ‘청주토박이’란 것을 아는 사람 또한 드물다.

김 단장은 “처갓집도 청주고 누님들도 청주에 산다. 자주 내려갈 때는 한 달에 두 번도 내려오는데 최근에는 넉 달 동안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을 누비는 일의 성격상 바쁠 때는 집에도 못 들어가는 날이 더 많을 지경이니 그의 청주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30주년 기념 北에서 방송하고파”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뒤 1962년 KBS청주방송에서 악단생활을 시작해 카바레 밴드까지 거쳤던 김 단장은 1974년 동양방송(TBC)에서 다시금 악단과 인연을 맺는다. 그러다 방송통폐합으로 다시 고향인 KBS로 돌아오자마자 처음 맡은 일이 전국노래자랑의 악단장이었다. 인생의 3분의 1을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하는 동안 김 단장은 1995년 KBS를 퇴사해 현재는 독립악단으로 방송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김 단장은 “단원은 모두 10명인데 거의 20~30년 가까이 함께한 사람들이다. 예순이 넘은 사람이 5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칠순을 바라보는 김 단장이 전국노래자랑을 떠나는 날은 언제일까? 그의 대답은 “나도 모른다.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였다. 김 단장은 다만 30주년이 되는 내년에 금강산이나 평양에서 생방송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간직하고 있다.

김 단장은 “잘 알고 지내던 PD가 금강산 관광초기 배 위에서 공연을 기획했었다. 그때부터 금강산 생방송을 생각했었다. 2003년 전국노래자랑이 평양에 갔지만 황해도가 고향인 송해 선생님과 PD만 다녀오고 우리는 가지 못했다.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아마 가능할 것이다”라며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비무장지대’에서 북쪽 하늘만
평화생태관광 개시, 현대아산 유숭호 대리

지난 5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강원도 고성이나 경기도 파주의 통일전망대에 올라 북녘의 산하를 바라보는 젊은이가 있다. 실향민 2,3세대라도 그렇게 지극할 수는 없을 텐데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일선에서 북파근무를 했던 현대아산 관광영업부의 유숭호(36) 대리가 바로 그 사람이다.

유 대리가 통일전망대에 오르는 것은 금강산과 개성관광 중단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현대아산이 대체상품으로 강원도 화천, 양구, 고성군, 경기도 파주시 등 비무장지대에 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평화생태관광(PLZ?Peace & Life Zone) 상품을 개발하고 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전망대에 오르는 그의 심정은 실향민에 버금갈 정도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5월1일부터 당일코스에서 1박2일, 2박3일 코스까지 모두 9개의 PLZ 상품을 개발해 모객에 나선 결과 월평균 관광객이 1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비무장지대의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에 ‘철책선 따라 걷기’ 등 파격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관광 재개되는 날까지 최선”
그러나 이는 금강산관광 성수기에 하루 숙박인원이 최고 2000여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할 때 ‘아 옛날이여’라는 탄식이 나올만한 수준이다. 유 대리는 “마음고생이 심하다. 현 정부 하에서는 관광재개가 어려울 것만 같다는 비관론이 대세다. 그러나 상황이 힘들더라도 관광이 재개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고객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PLZ 상품은 향후 금강산관광이 다시 시작돼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직원들은 심적 고통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급여의 지급이 유보되는가 하면 일부를 반납하는 시련도 감내해야 했다. 계약직을 포함해 1200명에 달하던 직원은 350명 선으로 구조조정 됐다. 그나마 살아남은 직원의 70%는 못 받은 급여와 상여금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받기로 결의한 상태다.

청주남중, 청주고를 졸업한 유 대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사법고시 2차 시험에서 낙방을 거듭하다 길을 바꿨다. 현대아산에 입사해 대북사업의 일선을 누벼온 유 대리는 금강산에서 4년, 개성에서 1년 등 총 5년을 북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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