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여기저기서 녹색바람이 분다. 그런데 녹색이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지난 4월말 여성부와 G-Korea 여성협의회가 연 ‘We Green Chang Up’이라는 행사에 대통령 내외는 물론 유관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문 발표, 그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성부는 이날 행사에 이어 지역별로 ‘We Green 출범식 및 릴레이 실천 결의대회’ 및 연중 캠페인을 추진하여 전국적인 녹색생활 실천문화 확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북도에서도 6월말 이러한 실천결의 대회를 가진바 있다. ‘WE Green’의 7대 약속은 ‘친환경 제품구입’ ‘물 아껴 쓰기’ ‘실내온도 적정유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캠페인은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온 것인데 ‘녹색 생활 문화혁명’이라는 거창한 어휘로 변신하고 있다.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캠페인을 여성부는 친환경적인 여성적 가치를 세상에 전파하고자 하기 보다는 환경의 문제를 여성의 일상적 실천으로만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가, 혹은 국가의 과시적 행사에 여성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15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이후 종합적인 국가비전으로 ‘녹색 성장 패러다임’을 내세웠다. 또 지난해 2월에는 ‘녹색성장위원회’도 출범했다. 그리고 정부는 최근에 이르기까지 녹색성장을 위한 갖가지 계획과 법들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녹색의 진정한 의미는 1984년 독일 녹색당을 창당한 페트라켈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인류 미래의 대안으로서 환경보호의 좁은 의미가 아닌 탐욕과 정복으로 점철된 기성체제에 반대하는 평화와 비폭력, 화해와 공존이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녹색성장은 ‘무늬만 녹색’인것 같다.

정부는 2012년까지 ‘녹색뉴딜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하여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일자리 창출계획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구체적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96만개의 일자리가 대부분 건설업에서 창출될 경우 여성들의 신규 일자리는 건설업 근로자 성비 9.8% 대입해보면 약 10만 명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도시의 녹색 보루인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규제 완화,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 규제 완화, 부동산 규제 전면 철폐, 토목공사 위주의 광역 경제권 구상, 새만금 지역의 산업용도 중심으로의 개발, 경인운하 사업의 일방적 강행, 4대강 하천 정비사업 계획 등 반환경적 정책들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정책 의제의 축소, 여성운동의 위기의식이 심화되고 있고 여성부 주도하에 위에서 언급한 이른바 ‘녹색생활문화 실천’을 위해 대규모 여성단체협의회를 꾸린 것 등이다. 이는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독자적 시각과 자발적 역량을 살림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소통 방식이 아닌 정부에 협력하는 우호적 파트너를 키운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녹색성장을 경제성장에 국한시키지 않고 젠더 관점을 통합한 녹색성장으로 개념을 확대시키기 위해 성별영향평가 등 ‘녹색성장’ 담론에 대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논의와 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

여성부는 여성부대로, 시민단체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각기 고유한 전문성을 가지고 때로는 따로 따로 상이한 각자의 위상에 걸맞게, 때로는 함께 여성적 관점에서 ‘녹색성장’ 담론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늬만 녹색’이 아닌 평화와 비폭력, 화해와 공존의 녹색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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