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서 1만8300원, 올 들어 최고가 낙찰
주산지 고창 제치고 수박의 고장 ‘음성’ 자리매김

▲ 지난 4일 음성군 맹동면 맹동초등학교에서 맹동수박축제가 개최됐다. 사진은 가장 맛있는 수박를 뽑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다올찬수박이 올해 대박났다. 지난달 3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올해 들어 최고가에 낙찰됐다. 7~8㎏짜리 한 통이 1만8300원이다. 예년 이맘 때 낙찰가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가격이다.

더위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날씨 탓에 수박 값이 날을 보탤수록 높아져만 가던 때이다. 그러던 당시 주말 장맛비가 내리자 수박 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다들 전망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빗나갔다. 예상을 깨고 상승세를 유지했고, 통당 1만8300원이라는 올해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수박이 시중에 나오면 유통 마진이 붙어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게 된다. 지금 가락시장 경매장에서는 다올찬수박의 인기가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다올찬수박이 모자라 오히려 도매상들이 난리다.

최근에는 가격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1만4000원대 이상을 유지해 나가면서 다올찬수박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6월 수박의 시세가 좋았지만 작년에는 7월 수박이 2만원대까지 기록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이처럼 다올찬수박이 대접을 받는 것은 누구나 상품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명품 반열에 올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수박 생산지의 도움도 한 몫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수박 주산지라고 하면 경상도를 친다. 특히 고창이 그렇다. 그런데 이 지역 수박농가들이 작목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을 수박도 하지 않고 다른 대체작목으로 손을 돌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상대적으로 음성의 다올찬수박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음성지역이 우리나라의 수박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계기로 명실상부한 수박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성이 수박농사를 짓기에 알맞은 토질을 갖고 있어 더욱 그렇다. 수박농가들은 사양토질이 수박하기에 적합한 토질이라고 한다. 음성군 관내 과수작목을 재배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의 토양이 사양토질이다.

사양토질은 수박뿐 아니라 모든 과수농사에 적합한 토질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감곡면과 음성읍의 복숭아 과수와 삼성면의 배 과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인근 청원군도 수박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데 그 곳은 모래가 섞인 토질이라 수박의 당도가 음성에 비해 떨어지고 아삭아삭한 다올찬수박에 비해 푸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것이 박종민 맹동수박작목회장의 주장이다.

맹동 수박농가는 얼마나 벌까?

▲ 박종민 수박작목반 회장
예전에는 올해 같은 시세가 별로 없었다. 있었어도 중복 때 반짝 2만원정도에 팔린 것이 고작이다. 올해는 워낙 물동량이 달려 일어난 시세라고 박종민 회장은 말했다.

박종민 회장은 “경매가가 1만8300원이면 여기에 유통마진을 조금 붙이더라도 2만원을 넘을 것”이라며 “한 통에 2만원이 넘는 수박을 어느 누가 쉽게 사먹겠냐”고 수박 값이 너무 비싸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박농가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수박농가 대부분이 “올해만 같아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수박 값이 금값’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싸지고 있는데, 이는 수박농가의 수입도 두둑해 진다는 얘기다.

맹동 수박농가 대부분은 100m짜리 하우스 20동을 짓는다. 1동에 528㎡(160평)이면 20동이면 1만㎡가 조금 넘는다. 한 동에 수박 400통이 생산되는데, 이 수박을 통당 1만원에 팔면 한 동에 400통이니까 400만원의 매출이 생긴다. 맹동 수박농가 대부분이 20동 정도 농사를 지으니까 8천만원이 매출이다. 여기에다 가을 수박까지 하면 수박농사만으로 연 매출 1억원을 넘기는 셈이다.

박종민 맹동수박작목반 회장은 “매출에서 소요경비 25%를 뺀 나머지가 순수익”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1억이면 순수익은 75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시세가 올해처럼 좋을 경우 순수익은 1억원이 넘을 것이고 비가 많이 오거나 물동량이 넘칠 때는 이보다 훨씬 못하기도 하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 맹동수박축제에 수박들고 빨리뛰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출발 전 화이팅하는 모습.
▲ 맹동수박축제의 최고 인기종목인 수박빨리먹기 대회.
다올찬수박 전국서 ‘우뚝’
사실 우리나라의 수박주산지는 어느 곳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 어디에서나 생산되고 있다. 경상도와 충청도에서 생산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강원도와 경기도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그래도 많이 생산되는 곳은 고창, 함안, 논산, 음성을 꼽는다. 음성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맹동수박을 모터로 한 다올찬수박의 명성으로 다른 지역의 수박농가들이 다올찬수박의 출하시기를 피해 재배하게끔 만들었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다올찬수박한테 밀리기 때문이다.
한편, 음성지역과 출하시기가 같은 곳은 경상도 안동과 봉하이고, 다올찬수박이 출하를 마치는 7월 20일 경부터 강원도 수박이 출하를 시작한다.

영세수박농가 ‘뭉치면 산다’
음성군의 수박농가는 새로운 유통시스템 도입으로 다올찬수박의 상품적 가치를 업그레드할 계획이다. 공동선별·공동계산제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선별한 수박을 연합판매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가족농 중심의 영세소농 구조에서는 농산물 제 값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소단위 생산자를 조직화하고 규모화하여 물량을 확보해 브랜드화 작업을 통해 농가수취가격을 높이자는 것이 바로 공동선별·공동계산제 도입 취지이다.

이는 생산농가가 출하한 수박을 유통센터에서 공동선별해 품질 등급에 따라 농가수취가격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다올찬수박 선별사가 말하는 ‘맛있는 수박 고르는 법’

맛있는 수박은 어떻게 고를까? 당도와 아삭한 맛으로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다올찬수박 김영철 선별사에게 물었다. 다올찬수박 하루 출하량이 1만 통이 넘는데 이중 피수박과 박수박을 선별해 내는 일을 도맡고 있다.

다올찬수박의 품질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철 선별사는 첫째로 배꼽(화흔부)이 작아야 된다고 한다. 배꼽이 작을수록 당도가 높고 아삭하다고 추천했다. 둘째로는 꼭지가 함몰되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꼭지 부분이 움푹 들어간 수박은 대체로 껍질이 두껍고 약간 질긴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수박 표면이 미끈해야하고, 무늬가 선명해야한다. 또 흔히 꼭지가 말랐는지 안 말랐는지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김 선별사가 추천하는 마지막 팁은 손바닥으로 수박 표면을 ‘툭툭’쳤을 때 맑게 울리는 소리가 나야한다고 조언했다. 조금 둔탁한 소리가 나면 맛이 없으며, 둔탁한 느낌이 많으면 피수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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