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빠르게 결집, 목소리도 높여
도내 14개 단체 ‘미래연합’ 결성, 시민사회단체와 갈등 불가피

▲6월 1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철거시도 ▲18일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전교조는 학교를 떠나라’ 비난 ▲18일 조·중·동 등 특정신문에만 광고한 기업 불매운동 벌인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검찰 고발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검찰 고발 ▲24일 대한문 시민분양소 기습 철거 ▲24일 북핵도발 규탄 총궐기대회 개최 ▲25일 북 미사일 중단·북핵 폐기 촉구대회 ▲29일 이명박 대통령 대운하사업 포기 공식선언에 대해 ‘실망, 안타깝다’ 논평.

최근 보름여 동안 보수 또는 보수성향 단체들의 주요 활동 내역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보수단체들이 빠르게 결집하고 목소리도 높이고 있는 것이다.

▲ 보수 단체들이 연합기구인‘충북미래연합’을 결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린 북 미사일 발사 중단 북핵폐기 촉구대회.
6.25전쟁 기념일을 맞아 예상됐던 북 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은 사회적인 이슈에 묻혀버리는 경향마저 나타날 정도다.
일부 극우 성향 단체가 과격시위를 벌이는 일은 간간히 있었지만 전선을 형성할 정도로 보수진영이 결집하는 모습은 과거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충북에서도 아직까지는 주요 뉴스로 등장할 만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14개 보수단체들이 ‘충북미래연합’을 결성하고 청주 상당공원에 건립 예정인 노 전대통령 추모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도내 보수진영 총집합

‘연합’이나 ‘연대’ ‘연맹’ 등 연대조직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의 연대활동은 주로 조직 보다 내용과 인물중심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연합체를 구성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여기에 대부분의 보수단체들은 지역 독자조직 보다 전국조직의 지부나 지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연대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보수 성향 단체들이 최근 ‘충북미래연합’을 결성해 빠르게 결속력을 높여가고 있다. 충북미래연합에는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과 민족통일협의회·바르게살기협의회· 새마을회 등 직능단체, 해병전우회·특수임무수행충북지부·상이군경·무공수훈자충북지부 등 도내 보훈단체들이 참여했다.

충북미래연합은 매월 14개 단체장이 정례 모임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현안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을 모색키로 하는 등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개최 예정인 공식 결성 총회 및 자유수호 결의대회에 최소 1000여명 이상의 회원들을 참석시켜 세를 과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충북미래연합 간사 겸 대변인을 맡은 임회무 한국자유총연맹충부지부 사무처장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지역·계층·세대의 통합을 위해 연대기구를 결성하게 됐다”며 “국가의 위기와 지역 현안에 분연히 동참하는 새로운 도민운동 단체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부정 책임 물을 것’ 갈등 예고

보수단체들이 연합체를 구성하고 결집력과 목소리를 높임으로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회적 갈등의 재현이 예고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가 지역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충북미래연합은 안보의식 강화와 북한의 도발 대처, 친북 행위 단체와 개인에 대해 엄중 경고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단체 결성과 관련한 발표문에서 노 전대통령 서거에 대해 자살을 찬양하고 유서를 미화하고 있으며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도내 대학교수들과 전교조 교사 등의 시국선언에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며 오는 10일 노 전대통령의 49재와 8월 통일운동으로 이어지는 시민사회운동 진영과의 대결과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면서도 이념 또는 사상의 대립으로 비쳐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충북미래연합이나 자유총연맹충북지부를 포함해 참여단체 어느 곳과도 접촉한 적이 없으며 또한 입장을 전달 받은 적도 없다”고 전제한 뒤 “자유민주주의 수호나 북한 반대 등은 보수단체들이 지난 수십년간 입버릇처럼 외쳐온 주장으로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던 수단이었다. 또다시 이같은 논리로 무장한 단체가 출범함으로서 마치 이념대결로 치달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보수, 10년만에 목소리 높이는 이유는

보수단체의 활동이 위축된 것은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터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던 김 전대통령의 취임 이후 보수단체들은 대북 햇볕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때에도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새마을회 등 직능단체들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이념이나 정치색을 씻은 채 활동했으며 연합체 등을 통해 세를 모은다거나 공동의 대응을 시도한 적도 찾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현정부 출범과 노 전대통령 서거 등을 거치며 보수진영은 빠르게 결집하고 있으며 도내에서도 충북미래연합이 출범하며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과거 10여년 동안 대외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일상 사업과 행사는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묵묵히 지켜봐 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소위 진보단체들은 소수가 모이기만 해도 목소리를 높이고 주장을 편다. 과거 10여년 동안 이같은 진보단체들의 목소리가 여론을 주도한 측면이 있는데 그때마다 대다수 보수의 침묵의 표현은 묻혀버린 것 같아 섭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더 큰 설움을 당했다. 실례로 상당수 단체들이 정액지원단체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임의단체로 분류돼 크게 위축됐다. 이제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때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분향소를 철거하는 등 일부 과격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방 직후 좌우 대립과 비슷

노 전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표면화 되고 있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갈등이 1945년 해방직후 좌우 대립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 해묵은 색깔론이 자리잡고 있어 사회통합과 시민의식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만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해방직후 미국과 소련을 배경으로 한 신탁통치 찬반으로 대립한 좌우익은 미소공동위원회 결렬로 이어졌고 남과 북은 각각의 정부를 수립해 분단이 고착화 돼 버렸다.

더욱이 1948년 발생한 부마항쟁과 4.3제주항쟁은 우리 현대사에 이념 갈등이 낳은 비극으로 각인되고 있다.
결국 이념 대결은 비극과 분열을 불러 왔을 뿐 통합이나 사회발전 등 생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성향에 따라 주의 주장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하고 나약한지 드러내는 것이다. 수십년 전의 이념과 주장 대립이 상황과 모양만 바꿔 되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80년대 도내에서도 시국집회에 극우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는데 대한문 시민분향소 기습철거를 보면서 그 때의 일이 떠올랐다. 보수단체와의 의견 차이가 이념대립이나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될텐데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 추모비 찬반 크게 엇갈려
미래연합 對 시민·사회단체 갈등 첫 사례 될 듯

결속을 선언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도내 보수진영과 시민사회단체 측이 노 전대통령 49재를 앞두고 갈등이 구체화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사모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중심이 돼 구성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청주시민 추모위원회’가 국민장 기간동안 시민분향소를 운영했던 청주 상당공원에 노 전대통령 추모비를 세우기로 한데 대해 보수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추모비는 높이 70㎝가량의 자연석으로, 우주를 상징하는 둥근 모형의 좌대 위에 설치되며 앞면에는 김준권 화백이 그린 노 전 대통령 얼굴과 도종환 시인의 추모글을, 뒷면에는 추모제 당시 시민의 참여 상황을 담은 글 등이 새겨질 예정이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시민휴식공간에 추모비를 세우는 것은 허용할 수 없으며 더욱이 여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갈등과 분열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임회무 충북미래연합 대변인은 “추모위원회 측이 자체 여론조사 결과 5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여론조사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와도 뒷말이 나올 일인데 자체조사 결과 가까스로 절반을 넘긴 사안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주장을 청주시 관계 부서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상당공원은 청주시유지로 이곳에 추모비 등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시공원심의를 통해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을 들며 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충북미래연합 등 보수진영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교수 또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이나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문제삼는 다면 또다른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충북미래연합은 이달 말 대규모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어 이후 활동이 보다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돼 이같은 우려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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