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100여 곳 성업, 환경피해 속출
수질과 토양오염에도 무방비 노출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으로 환경보전과 자원재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폐자원재활용센터(고물상)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제천세무서에 따르면 현재 제천 지역에서 영업 중인 폐자원재활용센터는 100여 곳에 달한다. 폐자원재활용센터의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폐자원재활용센터는 인구 1000명 당 1개꼴로 성업 중인 셈이다.

▲ 제천 지역에 100여 개의 폐자원재활용센터가 난립해 식당, 주택가 등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로 인한 환경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제도적 결함 때문에 마땅한 처방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폐자원재활용센터는 폐자원을 손쉽게 수집해 편하게 출고할 수 있는 입지를 찾아 도심으로 몰리면서 상가나 대로변은 물론 주택가 한복판으로까지 세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폐자원재활용센터가 도심 지역을 무방비로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A씨(65·청전동)는 3~4년 전 집 근처에 들어선 폐자원재활용센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바람만 불면 고물 적치장에서 날아오는 각종 먼지 때문에 골탕을 당하기 일쑤다. 또 야적된 고물들을 반출할 때 크레인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탓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모두 닫아두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A 씨는 “거실이나 방을 하루라도 닦지 않으면 바닥에 뿌옇게 먼지가 쌓인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폐철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해 크레인이 (폐자원재활용센터에) 들어오는데, 크레인을 가동할 때 나는 소음은 실로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폐자원재활용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여·54·제천시 모산동)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B씨는 몇 해 전 큰맘 먹고 낡은 식당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간판까지도 깔끔하게 새 단장을 했다. 손님들에게 보다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 경영으로 요식업계에 닥친 깊은 불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에서다.

그러나 건물을 새 단장한 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식당 바로 옆에 폐자원재활용센터가 들어오면서 B씨의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각종 고물들을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폐자원재활용센터가 식당 바로 옆에 들어서자 1주에 한 번 이상 들르던 단골조차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매출도 예년의 70% 수준으로 급락했다.

B씨는 “시와 동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고 폐자원재활용센터 측에 사정도 해 봤지만 상대방이 버티는 상황에서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길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었다”며 “폐자원재활용센터는 도시미관을 해치고 주변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도심으로 진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폐자원재활용센터가 수질과 토양오염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폐자원 야적장은 지붕을 씌우는 등 비가림 시설을 하지 않은 채 노천에 방치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가 내리면 쇠붙이에서 묻어난 녹물이나 폐윤활유들이 그대로 빗물에 휩쓸려 흘러내리게 된다. 더욱이 철물을 쌓아놓는 공간은 노천에 그대로 방치돼 오염물질의 상당량은 그대로 땅 속까지 스며든다.

주민들은 특히 폐자원재활용센터가 아무런 환경 예방조치 없이 맨땅에 폐금속과 폐기계류를 무단 방치한 것은 장마철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장마철만 되면 녹물과 폐윤활유 등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빗물에 쓸려 토양과 하수를 오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12년부터 가동 예정인 하수처리장으로 폐자원센터의 오수가 유입돼 안전한 처리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일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폐자원재활용센터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우수관으로 유입돼 한강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폐기물 재활용 신고 대상을 현재보다 대폭 확대해 재활용업체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폐지, 고철, 폐용기류를 재활용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는 재활용시설을 구비해 행정기관에 신고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폐자원재활용센터처럼 단순히 수집, 운반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제도적 맹점이 폐자원재활용센터의 난립과 이로 인한 환경 문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폐자원재활용센터가 도심 지역으로 침투한다고 해도 현행 법제 아래에서는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결국 정부나 국회가 폐자원재활용센터의 난립과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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