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경제난과 개인주의 팽배 속 크게 늘어
개인파산, “신용카드 소비자대출 부실화로 급증”

상속포기와 개인파산 신청 건이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포기 건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 200여건을 육박하고 있다. 개인파산의 경우는 지난 한해 동안 31건이 접수됐던데 반해 올해 들어선 8월 현재 이미 4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상속포기와 개인파산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개인 채무만 책임
청주지방법원(이하 청주지법)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2월 24일부터 올 2월 23일까지 상속포기 건은 294건이 접수됐다. 올해 역시 2월 24일 이후 9월말 현재까지 200여건을 넘어서고 있다. 청주지법 가사단독 판사에 의하면 “상속포기제도는 98년을 기준으로 개인의 재산을 보호해 주는 제도라는 시민들의 인식도가 높아졌다. 그 후 2002년 일부 개정돼 한정승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98년 이전에는 시민들이 상속포기 제도를 잘 알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소송제기 건이 늘기 시작했다. 또한 98년 IMF때나 경제난이 다시 시작된 작년부터 올해 사이 상속포기가 급증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피상속자의 채무까지 변제하는 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일 것이다.” 상속포기건이 계속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인 것이 큰 이유겠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것도 한 원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한정승인의 경우 채권자가 상속인을 대상으로 재판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정력이 없다.

홍석조 변호사는 “개인의 채무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면에서 널리 알려져 근래 들어 상속포기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급증 원인을 설명했다.
가사단독 담당판사는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개인이 개별 상속지분에 대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상속인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상속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신용불량자들의 마지막 탈출구 ‘면책’
‘개인파산’과 ‘면책’은 신용불량자들에게는 마지막 탈출구로 불린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개인파산이 지난 한해 동안 31건,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46건 접수됐다. 이렇게 개인파산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개인 카드빚”이 원인이라고 홍석조 변호사는 설명했다.

청주지법의 소비자 파산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는 “파산신청보다 중요한 것이 파산선고 후 면책이다. 파산선고를 받고 1개월 이내 면책신청을 하면 된다. 면책신청은 갚을 능력이 없어 빚을 탕감해 달라는 신청이다. 면책이 받아들여지면 빚이 탕감되고 파산자로서 잃었던 특정자격이 회복된다. 면책신청이 받아들여진 통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재산 은닉과 같은 사유가 없는 경우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홍변호사는 면책에 대해 “면책이 된다면 개인파산자에게는 채무를 탕감해 주니 더없이 좋다. 그러나 면책은 쉽지 않다. 채무 자체를 덜어주는 것이므로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빚을 덜어주는 면책 외에 빚의 일부만 덜어주는 일부면책이 존재한다. 일부면책은 면책불허가 됐으나 그 정도가 가벼울 경우 법원이 일부 채무를 면제해 주고 나머지를 갚도록 하는 것이다. 그 돈만 갚으면 채무가 면제되고 복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파산선고를 받고 면책 불허가 됐어도 10년이 지나면 복권이 된다. 그러나 채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면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담당판사는 “면책은 개인의 빚을 털어 주기 위한 제도로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인권을 보장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면책신청 제도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임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하는 원인에 대해 “신용카드가 문제다. 또한 소비자 대출의 부실화, IMF 이후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이 개인 경제의 파산으로 이어진 감이 짙다”고 말했다.

상속포기란?
민법상 상속은 적극적인 재산(상속재산)뿐 아니라 소극적인 재산(채무)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즉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경우 상속을 받게 되면 상속인들은 상속되는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같이 상속받게 된다. 그러나 상속인의 경우 부모님의 재산을 무조건 상속받지 않고 포기하거나, 조건부로 선별해서 상속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상속포기제도에는 상속인이 상속자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완전)상속포기’와 상속인이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피상속인(사망자)의 채무를 변제한다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한정승인’이 있다. 그러나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속포기는 피상속인이 사망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혹은 법정 상속인임을 안 날로 3개월 내 상속포기신고서를 지방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한정승인의 경우는 상속포기에 비해 그 기간이 더 길어 상속인에게는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이 채무를 초과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혹은 채무 독촉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신고서를 지방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개인파산이란?
개인파산에는 단순한 파산신청과 면책신청이 있다. 채무가 있으나 지급불능 상태의 사람이 그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수입이 있다하더라도 최저생계비를 쓰고 그 나머지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파산신청 자격이 된다. 그러나 파산선고를 받아도 많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파산선고를 받아도 채권자는 추심이나 압류를 할 수 있으며 이자도 계속 발생한다. 파산선고를 받으면 공직에서 해임되고 재임용 될 수 없다. 또 전문직의 자격증이 박탈되고 재취득이 불가능하며 법인의 임원으로도 취임할 수 없다. 파산신청을 한 개인은 신용불량자이므로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파산을 선고받으면 본적지 읍·면·동사무소에 통보해 신원증명서에 기록되므로 취직하는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호적이나 주민등록증에는 기록되지 않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드러나지 않는다. 주거이전이나 통신의 자유에 문제가 없으며 가족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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