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로또를 사지 않지만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에 복권방이 보이면 반드시 로또를 구매합니다.
로또를 구입한 뒤 1등에 당첨되면 무엇을 할지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저도 1등에 당첨되면 당연히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도내 방송사의 한 카메라기자는 로또 번호 6개 중 5개를 맞춰 적지 않은 상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지만 그 카메라 기자는 1개를 못 맞춘 아쉬움으로 잠도 못 잘 만큼 가슴앓이를 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지역사회 오피니언 리더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들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냐’는 착각에 빠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피니언 리더를 지켜보는 제3자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기자들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도내 기자 중 한 선배는 국회의원 보좌관 제의를 거절한 뒤 “내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그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직업과 비교해도 자존심만은 뒤지지 않는 기자들의 생리를 잘 표현한 말입니다. 하지만 승진 인사에서 물 먹거나 전보 인사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출입처로 이동할 때 기자들은 월급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무리 자신이 전문직 종사자라고 스스로 위로해도 승진 인사에서 누락될 경우 한 조직의 일개 조직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30대 후반부터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월급쟁이라는 현실을 뒤늦게 인식한 것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언론계에 첫 발을 들인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지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기관장들에게 큰 소리를 치던 ‘기개’는 승진 인사에서 누락되거나 월급통장을 보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후배 기자들은 자신이 도내 주요 기관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착각은 하루 빨리 버리되, 세상을 바꾸겠다는 ‘기개’는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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