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CJB청주방송 PD

자연과학의 법칙이 종종 사회적 현상에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임계점이 그렇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가리키는 말인데, 물에 열을 가했을 때 어느 선까지는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기포 정도나 발생시키지만 임계점을 넘었을 때 근본적인 큰 변화가 일어난다.

상태가 변화하는 것이다. 어떤 물질을 변화시킬 때 특정한 인자가 1차 직선처럼 일정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물이 끓어 기화하는 것처럼 임계점이라는 특정한 시점을 전후하여 효과가 급격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이 총장자리를 사퇴하고 교수 자리마저 잃은 채 다시 시인이 되었다. 단순히 한 대학의 총장을 바꾼다는 차원이 아닌 듯 보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너무도 쉽게 좌파 우파 거론하며 색깔논쟁을 부추기는 군상들이 있어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한예종 감사를 통해 정부가 학교에 이른바 통섭교육을 폐지하라 요구했다는 보도는 이게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 고개를 갸웃할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했던 산업화사회를 넘어 지식사회로 발전한 지금, 각 학문간 교류와 소통은 필수적이다. 통섭은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 깊이있는 학문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 통섭보다 더한 노력도 해야 할 시점일텐데 교육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시야가 이렇게도 좁을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었다. 이미 카이스트에서도 문화기술대학원에서 학문간 연계를 권장하며 통합 학제를 운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좋은 일도 있다. 세계적인 저출산국가가 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운동본부(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참석하여 의지를 보였는데, 문제는 그 의지에 대하여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에 편성된 예산 22조원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예산을 쓸 의지를 보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출산후에도 여성의 사회활동이 아무런 문제없게 사회적 여건을 개선시키는 일을 시작한다면, 우리 나라는 단숨에 OECD국가 출산율 1위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란 단순명쾌한 주장이다. 그 의지가 안보이니 운동본부에 믿음이 안간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11년전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소떼를 몰고 역사적인 방북을 성사시켜 얼음장같았던 남북 사이에 따뜻한 소통의 길을 열고 남북 화해협력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젠 그 일도 그야말로 과거지사로 추억하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런 흐름에 빗대어 우리 사회가 임계점을 넘나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지성인 집단인 대학 교수들이 일련의 시국선언을 통해 달라지라는 부탁을 줄기차게 하고 있다. 그래도 전달이 안되는 듯 하니 종교계까지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하여 가장 신중하게 평가하기로 정평이 난 교수들이, 그 더딘 행보를 마다하고 나선만큼 사회적 임계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임계점 못지않게 언급되는 단어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rizon)’이다. 블랙홀 표면에 있다는데, 이것을 넘어 블랙홀에 더 가깝게 접근하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사로잡혀 탈출할 수 없다는 개념이다.

경영분야에서는 많은 경영자들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너무 늦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까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지적할 때에 쓰인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울려대는 경보를 제대로만 인식한다면, 우리 사회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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