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 선거운동원 일색, 본인 조카도 특채
郡공사업체, 법인에도 취업 압력 의혹

<옥천신문>한용택 군수가 옥천군 청원경찰(이하 청경) 및 계약직 공무원 채용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자신의 군수후보 시절 선거운동원 또는 그 가족, 그리고 본인의 친인척에게 청경 자리 등을 나눠 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 군수의 이 같은 인사행태는 극심한 불경기와 취업난으로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지역사회의 현실과 맞물리며 주민들의 행정 신뢰도 추락은 물론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 아무도 몰랐던 채용절차, 그 실체는?
한용택 군수가 2006년 민선4기 단체장으로 취임한 이후 인사권자로 채용했던 청경은 모두 7명. 본사 취재결과 한 군수에 의해 채용된 청경 7명의 면면은 현재 옥천군의 채용질서가 얼마나 문란한지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006년 군수 취임직후 한 군수 후보 시절 운전기사였던 A씨가 채용됐고, 바로 이듬해인 2007년에는 군수 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아무씨의 운전기사 B씨가 채용됐다. 같은 해 군수 후보시절 여성위원장을 맡았던 정아무씨의 아들 C씨도 청경 채용 대열에 합류했다. 이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다.

C씨에 대한 청경 채용 이후 한 군수는 본인의 친인척과 공무원 자녀들의 청경 채용에 집중한다. 2008년에는 급기야 한용택 군수 자신의 조카인 D씨를 채용했고, 같은 해 옥천군 소속 공무원의 아들 E씨와 소방공무원 아들인 F씨도 청경으로 채용했다. 올해까지 일반 주민은 알 수 없었던 비공개 채용절차는 계속됐다.
최근 전직 공무원 박아무씨의 아들인 G씨가 채용되기까지 군수 취임 이후 3년 만에 7명의 청경이 군수 본인의 선거운동원 및 친인척, 공무원 자녀들로 채워졌고, 지난 5월초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옥천군 소속 공무원 이아무씨의 딸을 채용했다.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안정된 일자리들은 아무런 공개 절차 없이 이런 방식으로 채워졌고 주민들은 아예 응시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일반적으로 '청경'이라고 불리는 청원경찰 직은 초봉 급여가 2천여 만 원 수준으로 59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준 공무원 신분이며 무기계약직 채용 역시 계약직으로 6-7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기능직 공무원(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이제까지 옥천군의 관행이다.

◆ 한 군수 전방위 채용압력도 논란
한용택 군수의 이같은 인사행태는 옥천군이 예산을 지원하거나 속칭 '갑을관계'에 있는 군 산하 민관협의회, 농업단지 법인, 군 공사업체, 금융기관 등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후보시절 선거운동원을 채용토록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 예산을 지원받는 단체나 군 예산으로 공사를 하는 업체, 위탁 기관 등은 재정적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관련단체 종사자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례는 지난해부터 총공사비 250억 원의 대규모 하수관거 정비업체인 ㄴ업체의 민원담당직원 채용 건. 이 자리에는 한 군수의 후보시절 군수 선거사무장을 맡았던 J씨가 채용됐다.

J씨는 지난 2008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이 업체에서 공사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J씨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조만간 그만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ㄴ업체 측은 J씨의 채용경위를 묻는 기자에게 "군수님한테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J씨를 적극 추천해 채용을 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관내 금융기관의 청경 채용에 군수 선거사무실에서 일했던 사람이 추천돼 채용된 일도 있었다. 해당금융기관에 자신의 선거사무원이었던 K씨를 추천한 경위와 관련해 한용택 군수는 "금융기관 쪽에서 추천의뢰가 와 아는 사람들 가운데 추천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 지역정치인 '원칙없는 채용, 청년실업자들 울려'
지역 정치인들을 포함한 주민들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 군수가 자신의 정실인사행태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채용 절차와 채용 청탁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김서용 보은옥천영동 지역위원장은 "한용택 군수는 공개채용이라는 상식과 원칙을 저버리고 지역 청년 실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며 "주민의 것이 아닌 군수의 소유물이 되어버린 옥천군의 인사행정이 참으로 안타깝고, 자치법규를 통해 이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의회 김규원 의장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회에서는 공직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고 채용관련 청탁을 막을 수 있는 조례마련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강아무(33, 옥천읍)씨는 "이런 말도 안되는 관행 덕분에 줄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옥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이미 상식이 됐다"며 "군수는 스스로 실추시킨 옥천군 행정신뢰에 대해 주민 앞에 사죄하여야 하며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철원군, 대전시 등 청경 공채에 지원자 대거 몰려
상상을 초월하는 단체장의 이같은 인사행태는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2005년 경남 창녕군은 청원경찰을 현직 군수의 주변인물로 뽑아 공무원노조가 군수 퇴진운동까지 벌였고, 2006년 음성군은 군수가 청원경찰 신규채용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또, 2007년 대구 경실련 등은 대구 수성구청장 친족 청원경찰 특별채용 규탄대회를 열고 대구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감사원 자치행정국 3과 강현철 담당자는 "언론보도를 적극 모니터링해 문제를 인지했을 경우, 해당 사항을 조사하고 감사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군 공무원노조 김우현 지부장은 "공무원 정원이 총액인건비제로 묶여있음에도 기존의 청경 인원을 계속 유지한 것은 자치단체장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옥천군과 달리 대전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은 밀실 채용의 행태를 버리고 청원경찰을 투명하게 공개채용하면서 지원자들이 폭주, 최고 86:1의 경쟁률 기록하는 등 주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대전광역시 김창태 채용담당은 "2006년 박성효 시장 취임 직후부터 주민들에게 채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것"이라며 "굉장히 인기있는 직종으로 보통 40대1을 훌쩍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고 말했다.

철원군 서정보 인사담당자도 "공개채용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공무원한테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과거 밀실 인사로 인사 잡음이 났던 때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고 좋다"며 "보통 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원들이 채용되곤 했는데, 그런 관행들을 과감히 바꾸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와 주민 만족도가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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